"모던해요. 춤과 랩과 노래와 동작이 다 살아 있는 공연이었어요. 내일 남동생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는데 제일 먼저 이 극장으로 보내야겠어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

"이렇게 힘이 넘치는 공연을 같은 배우들이 매일 공연한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왜 한국 가수들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지 알겠어요. 무척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샤캇 알리 무카담 주한 파키스탄 대사)

뮤지컬 '비밥' 공연을 보기 위해 지난 29일 서울 정동 세실극장을 찾은 50여명의 주한 외국 대사와 가족들은 공연 내내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스티븐스 미국대사가 무대에 불려나가 배우들이 만든 초밥을 선물받을 때 모두가 환호했고,이참 사장이 두 셰프의 비빔밥을 번갈아 먹어보며 맛대결 승부를 가리는 심사위원 역할을 할 때는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참 사장은 비빔밥 시식 직전 "스톱"이라고 외친 뒤 주머니에서 자신이 직접 개발한 금색의 고춧가루병을 꺼내 '코칠리(코리안 칠리)'를 뿌려먹는 재치를 발휘했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그야말로 즐거웠다. 비빔밥 자체가 '에너지 푸드'다. 음양오행이 다 들어 있고,우주적 에너지를 가진 음식인 것처럼 뮤지컬 '비밥'도 기(氣)와 흥(興)과 정(情)이 다 담긴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엑토르 곤살레스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는 "가족과 한번 더 보러 올 것"이라며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CJ E&M 음악공연사업부문과 제작사 페르소나가 공동으로 만든 '비밥'은 2009년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23회 공연을 마친 후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고 지난 5월27일 한화손보 세실극장에서 국내 공연의 막을 올렸다.

8명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비밥'은 '비빔밥,비트 박스,비보이'의 줄인말.배우들의 개인기도 수준급이다. 소프라노와 알토 역을 맡은 여가수 2명과 비보이 2명,비트박스 전문가와 셰프들이 무대에 올라 쉬지 않고 에너지를 발산한다.

한국의 대표 음식 비빔밥과 일본의 스시,중국의 치킨 누들,이탈리아의 피자 요리 과정이 무대 위에 펼쳐질 때 음식을 만드는 소리와 식재료를 씻고 썰고 볶고 먹는 소리는 모두 라이브 비트박스와 아카펠라로 표현했다.

기발한 소품을 활용한 것도 눈에 띄었다. 피자 반죽이 날아다니고 면발이 객석을 통과해 뽑혀져 나오는 장면,불 꺼진 무대 위에서 흰 장갑만으로 바다 속 상상의 세계를 펼칠 때 객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장면에 화려한 음악에 맞춰 비트박스,비보잉 등 개인기가 펼쳐질 때는 객석도 함께 들썩였다.

뮤지컬 '비밥'은 국내 논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시장을 개척한 '난타'와 '점프'의 최철기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 최 감독은 "'믹스 앤 매치'가 우리의 큰 테마였는데 공연을 본 관객들이 비빔밥의 특징과 공연의 재미를 연관시켜 해석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신명나고 즐거운 에너지를 받아가는 관객들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참 사장은 "'난타'와 '점프' 등 논버벌 퍼포먼스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대표상품으로 자리잡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비밥' 역시 그 역할을 이어갈 핵심 콘텐츠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얘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