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가정과 사회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대는 끝났죠.둘 다 가지는 게 당연하게 됐으니까. 그래서 고민과 갈등도 많아진 것 같아요. "

시인 신달자 씨(68 · 사진)가 에세이집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민음사 펴냄)과 장편소설 《물위를 걷는 여자》(서정시학) 개정판을 동시에 내놨다. 딸이 여섯인 집안에서 다섯째 딸로 태어나 숙명여대를 다녔고,딸만 셋을 둔 시인은 마흔 살에 시작한 대학원을 마치고 교수가 된 이후에도 여성을 위한 각종 강의를 맡아왔다.

신작 에세이집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은 간결하면서도 맛깔스럽다. '1강-열 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다''2강-척박한 땅에서 핀 꽃이 더 향기가 짙다''4강-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다' 등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흔 살을 바라보는 한 여성의 마음을 담아냈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5년간 간병했고 자신도 유방암을 이겨냈다.

'일하는 엄마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적은 것도 아니고 가정에만 있는 여성들이 자신을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21쪽),'다른 타자가 아닌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24쪽)

매부리코를 가진 클레오파트라와 작고 통통했던 양귀비가 절세 미녀로 평가받았던 이유,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불만이 많은 주부들이 가져야 할 생각,여자친구에게 끌려다니는 아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엄마들에 대한 충고 등 세부 주제도 친근하고 재미있다. 여성은 물론이고 아내를 이해하려는 남성들에게도 흥미로울 듯하다.

"여자들을 위해 자료를 많이 모아왔어요. 남자들이 보기에는 여권(女權)이 많이 성장해 여자들이 집이나 사회에서 뭐든지 마음대로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여전히 여자들은 외롭고 가슴 아픈 것도 많죠.핵심은 '남은 인생 어떻게 살래'입니다. 40대라면 아직 60년 가까이 인생이 남았다는 얘기인데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가슴 뛰는 일을 끄집어내 뭐든지 조금씩 하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고요. "

199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그의 첫 장편소설 《물위를 걷는 여자》도 21년 만에 재출간됐다. 이 소설은 인생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친구 송난희와 손민희의 삶을 그렸다. 파리 유학파로 결혼을 불신하던 난희는 패션계에서 승승장구하지만 민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지면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죄책감과 질투심에 휩싸인다. 당시 영화와 TV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던 소설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