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제 식구 감싸기'가 도(度)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30일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무소속)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반면 국회 내 폭력사건 등으로 징계 요청을 받은 13명의 동료 의원들에게는'면죄부'(징계 철회안)를 줬다.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강 의원 제명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 것을 민주당에 요청했고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를 수용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제명안을 올리면 반대 토론도 해야 하기 때문에 본회의 시간이 부족해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상정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명안 처리에는 재적의원(297명) 3분의 2 이상(198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출석률이나 찬성률 등을 볼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리특위 관계자는 "사정이야 어찌됐든 윤리특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의원 제명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부결되면 국회출석금지 등의 차선안을 만들어 처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윤리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폭력사건 막말사건 등으로 징계 요청을 받은 김성회 한나라당 · 강기정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 철회안을 처리했다. 예산안 단독 처리를 이유로 징계 요청을 받은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한 징계도 철회했다.

여야는 이날 정치인에 대한 쪼개기 후원을 허용하는 법안(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슬그머니 상임위(법제사법위원회)에 올렸다가 반발에 부딪치자 처리하지 않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장을 기습 점거하고 "여야가 '청목회 사건' 수사에서 비켜가고 법인들의 거액 후원을 합법화하기 위해 정자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고 반발했다. 여야는 결국 법안을 상정하되 처리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박수진/허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