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 5월 초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평균)를 웃돌기도 했으나 국내 주식형 펀드는 1%대의 낮은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25~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형 펀드는 올 상반기 두 자릿수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반기 증시는 대외 악재 완화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경기 회복 등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상승장에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압축형 펀드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

일반 주식형 펀드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다수 편입한 뒤 초과수익을 위해 일정 부분만 비중을 조절하는 것과 달리 압축형 펀드는 20~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에서 작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자문형 랩과 유사하다. 하지만 자문형 랩과 달리 최저가입금액에 대한 제약이 없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압축형 펀드는 JP모간의 '코리아트러스트펀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30여개 우량 기업을 선별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압축형 포트폴리오 펀드로 올 상반기에만 1조231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상반기 중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821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리아소수정예1(A)'도 상반기 중 15% 이상의 고수익을 거뒀다. 삼성자산운용의 대표적 액티브 펀드인 코리아대표그룹 펀드의 모델포트폴리오 내에서 압축투자를 실시하는 펀드다. '코리아트러스트'와 '삼성코리아소수정예'는 모두 시장 상승기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운용전략을 쓰고 있어 지수 상승기 공격적인 투자에 유리한 펀드다.

'교보악사코어셀렉션펀드'와 '현대현대그룹플러스펀드' '키움승부 펀드' 등 올 상반기 수익률 상위 펀드가 모두 각 운용사의 대표적인 압축형 펀드들로 나타났다. '알리안츠Best중소형펀드'나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 '유리스몰뷰티펀드' 등도 압축투자 전략을 쓰는 펀드들이다.

◆편입종목에 따라 성과 차이 커

압축형 펀드의 큰 특징은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시장흐름과 차별화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종목 수가 적은 만큼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종목 수가 적은 만큼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최근 수익률을 보더라도 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한 종목은 코스피200 편입종목 중 42%에 불과하다. 나머지 종목은 평균 이하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편입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펀드별로 주요 편입종목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펀드별로 운용전략이나 투자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명심하고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능력을 꼼꼼히 따져 가입해야 한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압축형 펀드는 성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 투자성향을 가진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며 "운용사들의 운용전략과 스타일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장기성과와 변동성 등 정량적인 사항들도 종합적으로 참고해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