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부양효과 없었다"…버냉키 '3차 카드' 꺼내들까
말 많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종료됐다. FRB는 경기를 추가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12일부터 시중에서 6000억달러 규모 국채를 매입해 달러를 풀었다. 이에 따른 효과는 엇갈린다. 오히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자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 오르고 수출 증가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지난해 8월27일 2차 양적완화를 시사한 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1월12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현재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해 8월27일보다 24% 올랐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겐 '부(富)의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2차 양적완화는 같은 기간 CRB 상품가격 지수도 11%나 밀어올렸다. 국제 원유 가격은 30%,금 가격은 21% 상승했다. 풀린 달러가 고수익을 좇아 원자재로 쏠리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차 양적완화는 달러가치를 10% 떨어뜨리면서 미국 상품의 가격을 낮춰 수출을 16%(금액 기준) 늘리는 데 효자 역할을 했다.
◆성장 둔화,주택시장 악화
수출은 늘었지만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성장률은 둔화됐다. 6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71.5로 전달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된 탓이다. FRB는 2차 양적완화를 통해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버냉키 의장이 2차 양적완화를 시사한 이후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오히려 6.5% 떨어졌다. 5월 건설 지출도 전달 대비 0.6%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3.1%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1.9%로 둔화됐다. FR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3.1~3.3%에서 2.7~2.9%로 낮춰 잡았다.
버냉키 의장의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은 "지난 2년 가까이 (1 · 2차) 양적완화 조치로 투입한 2조달러의 유동성이 신용경색을 완화하거나 경기를 부양하는 데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3차 양적완화도 가능할까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취약한 금융 부문과 주택시장,가계소비 위축 등의 맞바람이 강하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차 양적완화가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만족할 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FRB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FOMC는 발표문에서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히진 않았다. 경기가 악화될 경우 3차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열어놨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는 "버냉키 의장이 이르면 오는 8월께 3차 양적완화를 내비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버냉키가 2차 양적완화를 시사한 시점도 지난해 8월27일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 잭슨홀 콘퍼런스에서였다.
신중론이 없진 않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2차 양적완화가 시행된 후 1년은 지나야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