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 중 공산품과 외식비,집세 등 서비스 요금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가 전망한 올해 4% 물가 억제 목표마저 지키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들썩이는 근원물가

지난 6월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2009년 5월(3.9%)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물가 불안이 국제유가 급등과 이상 기후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요인들'에 의해 주도됐던 것과 달리 최근 나타난 물가 상승은 공산품과 서비스 요금 등 '수요 측면'의 가격 상승 압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비축유 방출 결정 등의 영향으로 0.8% 하락했고 농축수산물도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돼지고기와 쌀 값이 상승했으나 채소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전세와 월세를 포함한 집세는 작년 같은 달보다 4.0% 올랐다. 2003년 4월(4.0%) 이후 최고치다.

외식비는 전년 동월 대비 3.5% 뛰었다. 돼지갈비,삼겹살,돈가스는 각각 15.3%,16.6%,8.2% 급등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당분간 공급 측면의 요인들에 관계없이 물가 상승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반기 물가 3.7% 억제 가능할까

정부는 지난달 30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물가 전망치를 '3% 수준'에서 '4%'로 높였다. 상반기에 4.3% 오른 만큼 하반기에는 3.7% 수준으로 안정돼야 연간 4%를 맞출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하반기에는 고랭지 채소의 재배면적 확대 등으로 농산물 수급 안정이 지속돼 공급 측면의 물가 압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인 4% 억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물가 인상 요인들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우선 인상 시기를 미뤘던 공공요금 가운데 전기료는 이달 중 인상 계획이 발표된다. 가스 요금도 7월 인상이 미뤄짐에 따라 오는 9월에 오늘 가능성이 높다. 도로통행료와 철도 요금도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유가는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 경유 값 100원 할인이 끝나는 오는 6일부터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압박에 밀려 100원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하반기 물가에 상당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물가 통제 강화할 듯

재정부는 경기 및 소득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이 당분간 지속되고 여름철 기상 이변과 중동 정세 등 변수도 많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물가를 4%로 묶기 위해 기업에 대한 가격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용재 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거시와 미시 정책을 총동원하겠다"며 "서민생활과 밀접한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근원물가

core inflation.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곡물 제외)과 석유류 등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따른 물가 급변동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지수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