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공개석상에서 충돌했다.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의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비판하면서 설전이 시작됐지만 손 대표도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선명성 강화를 위해 정체성을 파고드는 정 최고위원과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손 대표의 의지가 맞붙은 것으로 대선 전초전 성격이 짙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민주정부 10년의 햇볕정책에 수정을 가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정책 노선 변경에는 지도자의 토론과 당원 의견 수렴이 필요한데 이런 절차가 빠졌다"며 손 대표의 일본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계속 설득하되 인권,핵,미사일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워딩"이라며 손 대표를 공격했다.

발끈한 손 대표는 단호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개방정책이고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북의 세습이나 핵개발을 찬성 ·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정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언급한 손 대표의 지난해 발언까지 들춰내며 "그때는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외국 정상과 얘기한 부분이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가 재차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개혁의 길로 나가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지만 정 최고위원이 "어떻게 제 설명이 '종북진보'란 말이냐.발언을 취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