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를 석권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0일(현지시간) 열린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은 성악 남녀 부문 1위,피아노 부문 2위와 3위,바이올린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 나라의 젊은 음악 영재 5명이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일은 이례적이다.

이날 베이스 박종민 씨(24 · 이탈리아 라 스칼라 아카데미 극장)가 남자 성악 부문 1위,소프라노 서선영 씨(27 · 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가 여자 성악 1위를 차지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는 손열음 씨(25 ·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가 2위,조성진 군(17 · 서울예고)이 3위에 올랐으며,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이지혜 씨(25 ·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가 3위를 수상했다.

이들 수상자 5명 중 4명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998년부터 10년 이상 발굴 · 지원해온 음악계의 보석이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의 예술활동 지원 프로그램인 '메세나'에 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이번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2위와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콩쿠르 위촉작품 최고연주상 등 특별상 2개를 거머쥐며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손열음 씨는 1997년 국제 영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 입상을 계기로 금호영재콘서트 첫 주자로 발탁돼 음악계에 데뷔했다.

피아노 3위의 조성진 군도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고 바이올린 3위 이지혜 씨 역시 1999년 금호영재로 뽑힌 이후 각종 국제콩쿠르에서 수상했다. 성악 여자 부문 1위 서선영 씨도 2008년 금호영아티스트로 발탁된 소프라노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관계자는 "콩쿠르 역사상 전무한 일이다. 젊은 음악가들의 예술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돼 기쁘다. 지난 10여년간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있다"고 1일 말했다.

1958년 창설돼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경쟁 부문은 피아노,바이올린,첼로,성악이다. 한국계를 포함한 역대 한국인 최상위 입상자는 피아노의 정명훈 2위(1974년 · 당시 미국 국적),바이올린의 제니퍼 고 2위(1994년 · 미국 국적),성악의 최현수 1위(1990년 · 미국 국적)가 있다. 한국 국적으로는 피아노의 임동민(2002년) · 동혁 형제(2007년)가 5위와 4위,바이올린의 윤소영과 신현수가 4위와 5위(2007년)를 각각 차지했다.


◆ 메세나

mecenat.문화예술 및 스포츠 원조,사회적·인도적 공익사업 지원을 뜻하는 프랑스어.문화예술 보호에 헌신한 로마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 이름에서 연유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