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행보 어디까지] 이건희, 7월 사장단 인사 충격처방…"실적 부진 땐 언제든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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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신상필벌' 통해 조직기강 강화…비서실 출신 김종중ㆍ성인희 사장 전면 배치
이건희 삼성 회장이 또 한번 '메스'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8일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예고한 데 이어 7월 사장단 인사라는 '충격 처방'을 내렸다.
삼성 내부에선 정기 인사철인 12월이 아닌 때 계열사 사장을 교체한 것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장을 중도에 바꾼 건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을 교체한 것은 내부 임직원 비리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적을 이유로 교체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사장단 인사 방식을 '12월 정기 인사'에서 '실적 평가 후 수시 인사'로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상 처음 실적 부진 물어 사장급 교체
삼성은 2008년까지 1월 둘째주에 사장단 인사를 해왔다. 2009년부터는 12월에 정기 인사를 하고 있다. 임직원 비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계열사 사장은 몇명 있지만 실적이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사장단 인사가 소폭임에도 삼성 임직원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 사건을 계기로 조직 기강을 바로잡은 데 이어 이번 인사로 실적 부진과 성장 정체란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확실한 신상필벌을 하겠다는 의지를 계열사 사장단에 보여주기 위한 인사란 얘기다.
실적이 부진한 장원기 LCD사업부 사장을 사실상 경질하고 양호한 실적을 낸 권오현 반도체사업부 사장을 부품사업 총괄로 승진시킨 게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이 회장은 지난 5월 중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들과 LCD사업부 사장을 불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실적 부진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을 보고받고 사장단 교체 인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LCD사업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 2분기까지 계속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점,업황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계획을 짠 점을 질책한 것으로 안다"며 "여기에 애플,인텔,대만 LCD 패널업체 등 경쟁사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인사 배경인 듯하다"고 전했다.
김종중 삼성정밀화학 사장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그룹 재무팀 출신으로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08년부터 작년 말까지 그룹 업무지원실장을 맡아 '비상시기'의 삼성을 관리했다.
이 회장이 지난달 그룹 경영진단팀장과 인사팀장을 교체한 데 이어 김 사장을 삼성전자에 보내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란 게 삼성 안팎의 해석이다.
◆후속 인사 폭 상당할 듯
일부 사장단 교체와 조직 개편으로 임원급에 대한 후속 인사도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새로 생긴 DS사업총괄로 흡수된 LCD사업부 임원진을 대폭 바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사업부 임원 교체설이 파다한데 단 한 명의 임원도 내보내지 않는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설명하지만, 가능성은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후속 인사와 관련,"정해진 시기 없이 사장단 인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분간 그룹 차원에서 실시하는 사장단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선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인사가 한두 차례 더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오는 6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결과와 중순께 열리는 삼성전자 선진제품비교전시회 등을 전후해 후속 인사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사쇄신과 함께 조직 기강 잡기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은 삼성LED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이달 중 금융계열사 한 곳과 삼성전자 LCD사업부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