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과 구리는 대표적인 산업용 원자재다. 이를 가공해 자동차 휠,창틀,전선 등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든다. 비철금속의 가격은 2008년 하반기를 최저점으로 최근까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상승에 더해 금융자금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들어와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가격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알루미늄은 100%,구리는 50%를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에도 업체가 1~2개로 한정돼 있어 가격이 독과점 형태로 형성된다.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4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이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또한 대기업에서 독과점 형태로 공급하는 원자재를 구매하는 업체들 중 48.7%가 가격 변동에 따른 공급 규모 변경으로 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원자재에 대해서는 기업,특히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조달청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비축하고 있는 비철 원자재 중 일부를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다. 올해에는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감안,시중에서 유통되는 가격보다 1~2% 낮은 수준에서 원자재를 방출했다. 구리는 t당 1000만원을 넘는 비싼 원자재이고 수요 기업들은 소량으로 구매하는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2%의 작은 할인 폭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상당히 좋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유통하는 업체나 국내 생산자들은 조달청의 원자재 공급 정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정 산업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외국에서는 할인 방출을 국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가격을 낮출 수 없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에 대해서는 가난한 나라이고,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크다. 조달청의 원자재 방출은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체를 지원할 수 있다. 인플레 심리에 편승해 유통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간접 효과도 있다. 시기적으로 조달청의 가격 할인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7월 이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변동에 대한 순응도도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진다. 이런 시기가 되면 조달청의 할인 방출 정책은 중지할 것이다.

정책에는 양면성이 있다. 빛과 그림자를 분석해 집행 방향을 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시간이 급박하거나 한시적인 경우에는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것이 중요하다. 집행의 효과가 직접적이고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경우에 더더욱 그러하다.

장경순 < 조달청 국제물자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