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고대 로마 수양법 접목…무용수·프로골퍼들 많이 찾아
몸 속 근육 키우고 균형 잡아줘
이현정 원장이 큰 거울 앞에서 체형을 점검하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어지는 말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오른쪽 어깨만 주로 쓰는 것 같은데,심하게 비대칭이에요. 골반도 좌우가 틀어져 있죠? 발을 모으고 섰을 때 발가락의 방향도 달라요. "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은 요가와 함께 대표적인 '슬로 엑서사이즈(느린 운동)'다. 다양한 호흡법을 활용해 평소 잘 쓰지 않던 뼈와 가까이 있는 '속 근육'을 다지는 데 효과적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캐딜락'이라는 침대 형태의 기구에 먼저 올랐다. 거대한 기구의 크기에 압도당해 뭔가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걱정은 1분 만에 사라졌다.
팔과 다리의 힘을 적절히 이용해 숨을 '훅' 들이마시고 '후우' 내뱉으며 천천히 팔에 걸린 스프링 밴드를 늘렸다 줄였다 했다. 강사들도 "정수리 끝부터 꼬리뼈 마지막까지 쭉 늘린다는 생각을 갖고 몸이 일직선이 됐나 신경쓰라"는 말을 반복했다.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이어 '필라테스 체어'에 서서 두 발로 발판을 밟아봤다. 평소 통증이 있던 오른쪽 골반이 왼쪽보다 훨씬 더 뻐근하게 느껴졌다. 이 원장은 "좌우 비대칭 때문에 좋지 않았던 부위가 더 땅기고 아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라테스는 매트에서 공,핸들,막대 등으로 할 수도 있고,네 종류의 기구(리포머,캐딜락,필라테스 체어,레더 바렐)에서 할 수도 있다.
필라테스는 1900년대 초 독일인 요제프 필라테스가 개발한 운동법.동양의 요가와 고대 로마 · 그리스인의 체력단련법,정신수양법을 근간으로 했다. 처음에는 1차대전 때 군인들의 재활치료 목적으로 활용됐고,미국에 소개돼 무용가,운동선수,할리우드 배우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필라테스보다 생소한 '자이로토닉' 으로 몸을 옮겼다. 복잡한 도르래 모양을 한 이 기구도 범상치 않다. "자이로토닉은 '곡선의 운동'이에요. 손잡이를 잡고 둥글고 큰 원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팔과 옆구리를 쭉 늘려서 2시 방향 끝까지 가보세요. "
자이로토닉 전문 이소영 강사가 뒤에 앉아 중심에서 벗어난 허리를 꽉 잡아준다. 맷돌 손잡이 형태의 기구에 양손을 포개 얹고 밀면서 원을 그리다 보니 어깨,팔꿈치,팔목 근육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이번엔 제자리에 누운 채 다리를 90도 정도 들어올리고 도르래에 걸린 밴드를 양발에 끼웠다. 도르래를 들었다 놓을 때도 무릎과 고관절을 적절히 굽혔다 펴며 큰 원을 그린다.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천천히 움직이는 가운데 몸속 근육들의 변화를 그대로 감지할 수 있다.
자이로토닉 시스템의 장점은 앉은 자세,누운 자세,서 있는 자세 등 여러 자세에 걸쳐 신체 중심 부위를 축으로 부드럽게 관절과 근육을 움직여주고,신경계를 자극시켜 주기 때문에 근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것.호바스가 자이로토닉의 시작을 '감관의 일깨움'이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 개인레슨 1회 8만원…4개월 과정 마치면 자격증 취득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임산부 프로그램까지 있다.
필라테스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면 세계필라테스총연합회(PMA)의 인증서가 있는 센터를 찾는 게 좋다. 자이로토닉은 일반화되지 않아 우리들병원 척추재활센터,청담동 아치앤컬 등 3~4곳,목동 E필라테스센터 등에서 제한적으로 만날 수 있다. 상세 정보와 현황은 국제필라테스교육협회(koreapilates.net)나 서울자이로토닉협회(gyrotonicseoul.co.kr)에서 찾을 수 있다.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세계 최대 필라테스 기관인 '밸런스드 보디'의 지도자 프로그램을 한국에 선보인 'E필라테스센터'를 추천한다. 지도자 양성과정도 잘 짜여져 있다. 서울 목동과 광화문 등 두 곳에 센터가 있다. (02)2652-1098
8명 이내의 그룹이 필라테스 기구 운동을 55~60분 정도 하는데 1회 2만원,개인 레슨을 받을 땐 1회 8만원 선이다. 4개월간 레슨을 받으면 전문지도자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