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기관투자가들이 대한통운 인수반대를 위한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신임 대표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잇따라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

이는 대표 선임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 보다는 대한통운 인수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참에 CJ그룹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격양된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지분 4.88%(62만3410주)를 보유중인 한국투신운용은 오는 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또 지분 0.93%(118,786주)를 보유한 하나UBS자산운용 역시 이사 선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김철하 바이오ㆍ사료부문 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에 내정했다. 대신 기존 김홍창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주총은 김 부사장의 대표 선임 승인을 위한 자리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신임 대표 선임은 대한통운 인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홍창 사장이 특별한 사유 없이 대표로 선임된 지 6개월 만에 퇴임하자 수많은 추측들이 있었는데, 결국 이번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김 사장은 CJ그룹 내 물류기업 CJ GLS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대한통운 인수 참여 자체를 평가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분명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가격으로 시가의 갑절에 육박하는 21만50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M&A로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고객 돈을 맡아 운용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잘못된 결정에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CJ그룹 지배구조에 고민이 생겼다"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한통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계열사 중 가장 잘 나가는 CJ제일제당에서 끌어온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CJ제일제당 주주, 특히 기관은 매우 격양돼 있다"며 "솔직히 시너지가 거의 없는 M&A를 위해 CJ제일제당 주주가 희생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어 "이번 신임 대표 선임안에 기관이 반대한다고 부결되진 않겠지만, 앞으로 회사가 뭘 한다해도 주주들이 순순히 받아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수희 CJ제일제당 IR팀장은 기관의 공개적인 반발 움직임과 관련, "일부 기관의 불만을 전해 들었다"며 "대한통운 인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CJ제일제당 주총을 위한 기관의 의결권 행사 표시는 이날까지 완료돼야 한다. 주총은 오는 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 6층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