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反마약협약 이행 거부 공식 선언

볼리비아 정부가 코카잎 씹는 전통을 수호한다며 유엔 반(反) 마약협약 이행 거부를 공식 선언했다.

1일 외신들에 따르면 볼리비아 정부는 마약에 관한 유엔 협약의 이행을 내년 1월 1일부터 거부할 것이며, 협약 내용의 수정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유엔 협약이 코카잎을 향정신성 식물로 규정하고 안데스 지역의 오랜 전통인 코카잎 씹는 행위를 비난했다는 것이 이유다.

안데스 지역에서 코카는 3천여 년 전부터 재배돼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카잎은 안데스 주민들에게 '신성한 풀'로 인식돼 종교의식과 차, 술, 식용분말, 치실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유엔은 1961년 협약을 통해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등 안데스 지역 국가들에서 재배되는 코카잎을 향정신성 식물 리스트에 포함시켰으며, 2007년에는 볼리비아 정부에 코카잎 씹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코카잎 씹는 행위는 안데스 지역의 전통"이라며 유엔 협약 거부 의사를 밝혔고, 집권당에 장악된 볼리비아 의회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엔 협약의 이행 거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최근 승인했다.

이에 대해 볼리비아 야권은 코카 불법재배와 코카인 밀매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볼리비아에서는 2006년 초 모랄레스 대통령 집권 이래 코카 재배 양성화 정책을 취하면서 불법재배된 코카잎이 코카인의 원료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볼리비아는 페루, 콜롬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코카잎·코카인 생산국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