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의 미래 분수령 '무상급식 투표'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투표가 내달 말로 다가왔다. 오세훈 시장은 그간 "서울시가 망국적 포퓰리즘인 무상급식 저지의 마지노선이 되겠다"고 선언해왔다. 우리는 이 투표에서 지금 폭주하는 '한국의 포퓰리즘 정치'라는 이름의 열차에 과연 브레이크 설치가 가능한지 서울시민의 자질을 통해 검증하게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원래 경기도 교육감이 "눈칫밥 먹는 서민아동의 수치심을 없애준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수치심을 예방하러 아동에게 공짜 밥을 먹이는 나라는 없다.

공짜 점심은 복지선진국에서 친부자 정책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짜점심 책의 제목은 뉴욕타임스의 퓰리처상 수상 기자인 데이비드 존스톤이 쓴 '공짜 점심:미국의 최고 부자들은 어떻게 정부비용으로 자신을 살찌우는가-그리고 청구서를 너에게 내미는가'(2007)이다.

따라서 '한국적 무상급식'은 원래부터 심판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것이 뿌리가 돼 정치가들의 무수한 공짜 약속이 쏟아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세상에 인간이 공짜로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유(freedom)도 용감히 싸우다 죽어 누운 병사가 말할 수 있다면 "공짜(free)가 아니다"고 외칠 것이다. 정치가가 '무상'으로 준다는 약속은 원천적으로 '사기'다. 오늘날 이 사회에 이렇게 무상배급 약속이 넘쳐흐르는 것은 정치가들이 국민을 바보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투표는 이 '가짜 무상배급'이 상징하는 포퓰리즘 정치,그 정치가들,특히 한나라당 정치가들을 심판하는 것이다. 본래 큰 정부 사회주의가 신념인 좌파 · 야당에는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따위 공약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모습은 꼭 낚시바늘 미끼를 공짜로 알고 덥석 무는 물고기꼴이다. 이 당은 눈앞의 '표(票)퓰리즘' 표밭만 볼 뿐,자신의 생존근거인 이 사회의 보수적 정신,가치,정체성 등이 붕괴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만약 이들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에 보수정당은 고사(枯死)하고 궁극적으로 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걸은 길을 쫓아가게 될 것이다.

그간 오 시장은 이 중대한 주민투표 전선에서 홀로 싸워왔다. 동지여야 할 서울지역 여당의원들은 지역구 찬성표만 걱정해 기피하거나 오히려 '대권놀음'이라는 등 김을 뺐다. 당 대표 후보라는 사람들은 추후 타협하자거나 '무상급식 전면수용'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제 서울시민의 순수한 이성과 의지에만 이 투표는 맡겨져 있다.

1807년 프러시아가 나폴레옹에게 패한 뒤 독일은 영토를 잃고 국민은 절망에 빠졌다. 이때 철학자 피히테는 베를린대에서 그 유명한 '독일 국민에게 고함' 강연을 한다. 14개 강의의 첫날 그는 묻는다. "독일은 왜 패했는가,우리 군대는 약하고 프랑스 군대는 강해서인가?" "아니다! 독일의 패망은 독일인의 이기심과 도덕적 타락 때문이다. "

피히테는 새로운 국민교육으로 새로운 독일인과 민족의 혼(soul)이 태어날 것을 열변했다. "이기적 국민은 법을 지키는 공민(公民)으로 태어나야 한다,이 새로이 탄생한 민족정신이 새로운 조국을 재건한다"고….끝으로 그는 묻는다. "그대들은 종말이기를 원하는가,시조(始祖)이기를 원하는가….그대들이 독일의 이름을 가장 영광스럽게 부상시키는 첫 세대가 될지,후손들로부터 멸시당할 마지막 세대가 될지는 그대들에게 달렸다. 그대들이 이 중대한 선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후의 세대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시대를 달리해 오늘날 서울시민이 한국의 미래사회를 결정할 최후의 선택자가 됐다. 지도자와 배급의 사회인가,시장 법치 책임의 사회인가. 이기주의 국민인가,책임지는 공민인가. 오는 8월 말 주민투표가 이 분수령을 만들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