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일방통행 배출권거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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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면 공청회는 뭣하러 합니까. " 한 기업 환경담당 임원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가 지난달 29일 합동 개최한 '배출권 거래제 공청회' 때문이었다.
공청회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기 위해 부문별 · 업종별 감축 목표를 어떻게 정할지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산업계로선 할 얘기가 많은 자리였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 증가에 따른 국제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청회에 산업계가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전문가 패널 10여명 가운데 산업계 인사는 단 1명뿐이었다. 그나마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큰 전기 · 전자(2020년까지 61.7% 감축)나 디스플레이(39.5%),자동차(31.9%),반도체(27.7%) 업계가 아닌 제지(7.1%) 쪽 임원이었다. 처음부터 산업계 주장이 먹혀들기 힘든 구조였다. 이 임원은 "정부의 감축 목표안 작업 시 산업계와 의사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종합적이고 균형적이며 효율적"이라는 정부 측 관계자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렸다.
공청회 일정이 이날로 잡힌 것부터가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가 '부문별 · 업종별 감축목표안'을 발표한 것이 하루 전인 28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감축안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공청회를 위한 공청회를 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출발부터 정부의 '일방통행'이었다. 미국 중국 등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2위 국가가 참여하지 않고,일본마저 최근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온실가스 감축비가 늘어 생산비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심지어 공장 문을 닫는 곳도 나올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는 한 귀로 흘려들었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부문별 · 업종별 감축목표도 '2020년 대비 30% 감축'이란 대전제에 따라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청회마저 형식적으로 흐르는 걸 지켜본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에도 일방통행을 강행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공청회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기 위해 부문별 · 업종별 감축 목표를 어떻게 정할지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산업계로선 할 얘기가 많은 자리였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 증가에 따른 국제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청회에 산업계가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전문가 패널 10여명 가운데 산업계 인사는 단 1명뿐이었다. 그나마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큰 전기 · 전자(2020년까지 61.7% 감축)나 디스플레이(39.5%),자동차(31.9%),반도체(27.7%) 업계가 아닌 제지(7.1%) 쪽 임원이었다. 처음부터 산업계 주장이 먹혀들기 힘든 구조였다. 이 임원은 "정부의 감축 목표안 작업 시 산업계와 의사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종합적이고 균형적이며 효율적"이라는 정부 측 관계자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렸다.
공청회 일정이 이날로 잡힌 것부터가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가 '부문별 · 업종별 감축목표안'을 발표한 것이 하루 전인 28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감축안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공청회를 위한 공청회를 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출발부터 정부의 '일방통행'이었다. 미국 중국 등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2위 국가가 참여하지 않고,일본마저 최근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온실가스 감축비가 늘어 생산비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심지어 공장 문을 닫는 곳도 나올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는 한 귀로 흘려들었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부문별 · 업종별 감축목표도 '2020년 대비 30% 감축'이란 대전제에 따라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청회마저 형식적으로 흐르는 걸 지켜본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에도 일방통행을 강행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