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총 500석 중 263석 획득..연정 구성 추진
해외도피 탁신 전 총리 사면 문제 등 정정불안 지속 전망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태국에서 3일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며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푸어타이당은 이로써 군소정당의 협조 없이도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으나 일부 군소정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키로 했으며, 푸어타이당 총리 후보인 잉락 친나왓(44)은 태국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됐다.

태국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국 9만800여개의 투표소에서 4천730여만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선출직 의원 375명과 비례대표 의원 125명 등 500명의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총선을 실시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야당인 푸어타이당이 과반수인 263석을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투표율은 7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161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군소정당인 붐자이타이당과 찻타이파타나당이 각각 34석과 29석을 얻었다.

선관위는 앞으로 30일 이내에 투표결과 검증 작업 등을 거쳐 최종 선거결과를 발표하게 되며 선관위가 선거결과를 공식 발표하면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선관위의 잠정 집계 결과가 확정되면 푸어타이당의 총리 후보인 잉락 친나왓은 태국 사상 첫 여성 총리로 등극하게 된다.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 푸어타이당은 군부 쿠데타로 지난 2006년 권좌에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을 총리 후보로 내세워 승리를 거뒀다.

왕실과 군부, 엘리트층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집권 민주당은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공약으로 내건 푸어타이당을 비판하면서 선거운동을 벌였지만 끝내 야당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잉락 친나왓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승리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우리는 선거 유세 기간 약속한 모든 공약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잉락은 또 "군소정당인 찻타이파타나당과 연정 구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면서 "다른 군소정당들과도 연정 구성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피싯 총리는 선거 종료 직후 "민주당은 야당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총선 패배를 시인하면서 "태국의 통합과 국민 화합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푸어타이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뿌리깊은 계층 간 갈등과 탁신 전 총리의 사면 문제 등을 둘러싼 정치 세력 간 정쟁 등으로 정정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