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48분 현재 한국항공우주는 전 거래일 대비 600원(2.64%) 오른 2만3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사흘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한국항공우주 관련 보고서는 총 6건이다. 한국항공우주가 상장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증시에서 성공적 데뷔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담은 기업 분석 보고서는 단 한 건만 보고돼 있는 실정이다.
올해 보고된 6건의 보고서 중 지난달 29일 발간된 토러스투자증권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유일무이'가 유일하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담고 있다. 이 증권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만5200원을 신규 제시했다.
이상우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된 항공주로 해외 주식 중 '완성기 및 부품업체'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14.5배)를 산출한 후, 한국항공우주의 사업구조(항공기 70%, 부품 30%)를 반영한 PER 14.9배를 적용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대비 주가수준)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해외 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과 같은 높은 프리미엄을 적용받기 위해서 국내 유일무이한 항공기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의 국내 방산시장 지배력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올해와 2012년 주당순이익(EPS) 평균치인 1690원을 반영한 2만5200원를 목표주가로 제시했다"면서 "항공우주산업은 조선, 건설과 같은 수주 산업임에도 민항기 부품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기납품 제품의 유지보수(MRO)도 정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적의 연속성을 반영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다른 증권사에서 보고된 'Not Rated(낫레이티드)' 보고서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다른 보고서의 내용을 뜯어봐도 국내 유일한 항공기 제조업체로서 독보적 위상을 갖고 있고, 향후 고등훈련기 등 관련 수출의 가시화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호평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한국항공우주의 보고서에는 "회사 매출의 대부분은 수주 잔고에 기반한 것이고 수주잔고는 정부의 국방예산에 의해 상당부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회사의 목표 실적 달성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말 기준으로 5.9조원의 수주잔고를 확보 중이며, 2019년까지 방산부문의 장기 발주계획도 상당부분 확정되어 있어 실적의 가시성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높다"며 "높은 성장성과 실적 가시성은 한국항공우주의 벨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 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지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가 1곳 밖에 없는 점에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아직은 상장 초기라 주가 변동성이 크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 대상이 없어 적정한 주가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는 국내 유일무이의 항공기제조기업이란 점은 양날의 칼"이라면서 "독보적 시장 지위를 담보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 있으나 반대로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적정 밸류에이션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의 유일무이한 기업 성격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업종이라 자신있게 투자의견을 내세우기는 어렵다는 해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상장 초기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은 매우 크다"면서 "지금은 상장 초기라 최소 한달간은 지켜본 다음 어느 정도 가격이 안정된 국면에 접어들면 그때가서 밸류에이션에 대해 추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초기라서 주가가 안정된 이후에나 보고서를 내겠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외국 기업과의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근거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내 비교 업체가 없다는 게 합당한 이유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에 증권사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마다 개인 사정은 있겠지만 (낫레이티드 보고서를 내는 것은)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