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정년퇴직 연령이 대체로 55세인 점을 감안하면 40세에 남은 직장생활은 길어야 15년이다. 이 기간 중 자녀 교육비와 주택 구입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면서 안정적인 생활도 꾸려 나가야 한다. 여기에 부부의 노후자금 준비까지 생각하면 답답할 때가 많다.

40대부터는 안정적인 은퇴자산 마련에 보다 주력해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변액연금 같은 연금상품을 하나쯤 추가적으로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은퇴 후를 생각한다면 목돈을 만들어 쥐고 있기보다는 연금상품으로 매달 일정액의 생활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40대라면 충분하진 않아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


40대는 노후 준비를 하기에 결코 늦은 시기가 아니다. 여러 가지 돈 나갈 때가 많은 세대임에 틀림없지만 여전히 돈이 들어오는 밀물의 시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당신에게 들어올 돈은 대략 얼마나 남았는가. 당신이 65세까지 수입 활동을 한다면 '(65-당신의 나이)×매월 수입×12개월'이 당신에게 들어올 돈이다. 가령 45세이고 매월 250만원을 번다면 당신에게 들어올 돈은 6억원이다.

40대들은 지금만큼 돈 관리를 제대로 할 최적의 조건을 갖춘 시기는 없다는 역발상적 사고를 해야 한다. 지금 벌어들이는 수입만 지혜롭게 잘 활용해도 남은 삶이 평탄할 수 있다는 얘기다. 40대 초에 받는 250만원의 월급은 60대 초에 받는 967만원의 연금(연 7% 복리수익률 가정)과 같다.

◆순자산부터 다시 파악


먼저 현재 가진 순자산부터 다시 계산해보자.40대에 이르기까지도 자신들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살아오면서 모은 자산 현황을 당장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자산과 금융 자산,부채와 순자산 현황 등을 정리한 재무상태표를 작성해야 한다.

이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에 남은 주요 이벤트를 확인하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자금 등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 확장,자녀 교육비와 은퇴 생활비가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목표를 설정했다면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저축 목표액부터 먼저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성공적인 재무설계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지출 후 남은 자금을 저축한다. 지출이 습관화돼 있는 탓이다. 지출을 마음껏 하고 나서 모으는 것은 저축이 아니다.

저축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저축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표를 작성해야 한다. 소득과 지출 항목을 정리해보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할 일은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일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재무목표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높은 수익률만이 좋은 상품의 조건은 아니다. 높은 수익률은 그만큼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연령 재무목표 투자기간 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노후 생활비 70%는 연금으로 준비


40대는 남은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러나 여행 레저 외식 문화의 발달로 지출이 많고,자녀 교육에 투자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은퇴 준비에서 몇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자.

전문가들은 노후의 기본 생활비를 연금자산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은퇴 준비 재원으로는 현금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공적연금 및 기업연금 등 연금자산 등이 있다. 월 250만원의 평균적인 노후생활을 원한다면 이 중 70%인 175만원의 기초생활비는 연금자산으로 준비하고 여유 생활비는 나머지 자산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연금자산 중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매달 꼬박꼬박 불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적인 근속 기간과 국민연금 납부 기간 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만으로 은퇴 전 소득의 상당액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보통 26세에서 54세까지 평균 27년을 근무하고 78세까지 24년의 노후를 보낸다. 이런 전제에 따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2.8%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민연금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초생활비를 약 20% 수준으로 예상한다면 나머지 80% 정도는 기업연금 및 개인연금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 예측도 필요


40대에 이르렀다면 부모님의 자산 규모를 확인하고 상속세를 예측해야 한다. 상속 · 증여세는 60,70대에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증여가 10년 단위로 합산 과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빨리 시작할수록 증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부모가 고액 자산가인 경우 향후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똑같은 부담을 자녀도 느낀다. 그러나 젊을 때부터 준비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대비할 수 있다. 자산 취득 단계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부모로부터 자산을 받았을 때의 가치까지 미리 계산해서 꼼꼼하게 소득세 및 기타 상속 ·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세후(실질) 수익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표면적인 수익률보다는 실질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 재테크에서 비과세와 저율 과세 상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세전 연 4%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금융상품과 비과세 3.5%의 금융상품을 동시에 추천하면 대부분의 경우 4%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선택한다. 하지만 세전 4% 금융상품은 원천징수 후 수익률이 3.384%에 불과하다. 여기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일 경우 2.46%까지 떨어진다. 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도 국내 펀드는 주식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하지만 해외 펀드는 과세한다는 점을 고려하자.

◆몰빵 투자는 금물


40대는 더 이상 단기 대박을 노리는 '몰빵' 투자로 남은 인생을 위험으로 내몰 수 없는 시기다. 재무 목표에 맞게 철저히 분산시킨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이때 많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분산 투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집마련 자녀교육 자녀결혼 은퇴자금 등 재무목표에 적합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목표 달성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분산이고 장기 투자다.

다만 부동산에 대한 환상은 버리자.'부동산 불패 시대'는 옛말이다. 부동산은 더 이상 손해보지 않고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자산이 아니다. 따라서 과도한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