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산 것이 기적이라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 중 열일곱을 넘긴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47면)

'젊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늙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김애란 작가의(31)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356쪽,11000원.)이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편의 단편집으로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서점에 발매 15일 만에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미성년자로 아이를 낳아 서른 중반에 접어든 철없는 부모와 조로증으로 17세에 80대 노인의 몸을 한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관광단지 공사가 한창인 마을에 자신이 자라서 무엇이 될지 모르는 철없는 17살 어린 부모는 두근거림과 불안속에서 가족을 만들어내고 부모보다 늙은 몸을 지닌 아이 '아름'을 키운다.

'아름'은 빨리 늙어버리는 병, 조로증이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열일곱 소년 '아름'은 여든의 몸으로 고통과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법을 익힌다.

아름은 어린 부모의 만남과 연애, 자신이 태어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열여덟번째 생일에 부모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다.

또 병원비 마련을 위해 스스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할 것을 자청, 이 과정에서 골수암을 앓고 있는 동갑내기 여자아이 '서하'와 인연을 맺으며 사랑을 알게 된다.

작가는 슬프고 우울할 수 있는 '철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냈다. 반짝이는 통찰이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하고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가 어느 순간에는 울컥, 눈물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출판사 창비 담장자는 "두 편의 단편작품으로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김애란 효과'가 장편 소설을 통해 또 한번 입증됐다"라며 "'조로증'이라는 독특한 소재지만, '가족과 나이듦'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어필된 것 같다. 예상을 넘는 인기에 현재 5만부 이상이 발간됐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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