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학생부터 은퇴한 노인까지 펀드나 주식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복리예금이 많아 착실하게 저축하면 목돈을 쥘 수 있었으나 지금은 예금이자가 소비자 물가도 따라가지 못해 서민들조차 재테크에 나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흔히 주식투자는 도박이 아닌 건강한 재테크라고 주장하지만 경쟁,모방,열중,우연의 요소가 적당히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병적으로 집중하는 매력,즉 도박성 가면이 공존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회사원 김모씨(38)는 일류대학을 졸업한 6년 전 지금의 직장에 들어갔다. 입사 후 시간이 흐르면서 주식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자신의 월급을 활용해 20~30%의 수익을 올렸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급상승할 때 느끼는 짜릿한 흥분을 버릴 수 없게 됐다. 어느 날 좋은 투자정보를 얻은 그는 자신의 적금을 깨고 아버지 여유 자금과 작은집의 돈까지 얻어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큰 손실을 보았다. 부모와 작은집의 돈이라도 되찾고 싶어 조급한 마음으로 신용카드 대출과 사채까지 끌어들여 투자를 늘렸고 총 6000만원이란 큰 돈을 잃게 됐다. 그는 요즘 불면증,우울증,가슴 두근거림,두통에 시달려 회사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고스톱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하지만 점차 도박성을 띤다. 초기의 적은 손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만회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끌어모아 다시 날리면 도박성이 되는 것이다. 도박중독 상태에 빠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돈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고 공금이나 기타 중요한 돈에 손을 대게 된다. 이때부터는 죄의식도 없어져 남의 돈을 훔친 게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을 때에는 매사 흥미가 없고 우울하며,불안과 고립감에 쉽게 싸이는 등 도박중독증 증세와 비슷하다.

재테크는 필요하지만 주식투자에는 도박성이란 함정이 공존한다. 손실을 입었을 때 털고 일어서는 절제력과 의지가 있어야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정도가 못 된다면 주식에 손도 대지 말아야 한다. 고스톱을 좋아하는 사람,슬롯머신만 보면 레버를 당기는 사람,내기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테크로 주식투자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이홍식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