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5억원을 '노블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한 K씨(63)는 투자금액의 0.6%를 매월 지급받기로 계약했다. 5억원의 0.6%인 300만원을 매달 20일 지급받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2011년 6월 말 현재 누적 지급액은 4500만원이다. 가입 후 수익률은 21.1%로 현재 4500만원을 지급한 뒤에도 남은 평가금액이 5억1900만원에 이른다. 지급받은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원금을 상회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도환매 수수료 부과 기간 1년이 지났기 때문에 K씨는 당장 펀드를 환매해도 5억19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는 "은행에 맡겼을 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매월 받을 수 있어 노후 생활자금으로 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일정 금액을 적립식 또는 거치식으로 투자한 후 해당 펀드를 환매했을 때 수익률에 따라 한 번에 돈을 돌려받는 상품으로 생각한다.

이와 달리 펀드 투자 후 매월 일정액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월지급식 또는 월분배식 펀드(이하 월지급식 펀드)가 퇴직 후 매월 현금 수입이 필요한 노후생활자의 니즈(필요)가 커지면서 가입자 수를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목돈을 맡기고 매월 현금을 받는 구조는 기존 이자지급형 정기예금이나 연금보험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저금리로 인해 상당수 노후생활자가 기존 정기예금이나 연금보험만으로는 매월 원하는 만큼 충분한 이자 또는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데 있다. 투자 성격을 가미한 월생활비 지급형 펀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출시됐다.

월지급식 펀드는 저금리 시대에 먼저 접어든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노후생활자에게 일반적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저금리 지속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는 정기배분형 펀드가 전체 펀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 펀드가 재산 증식이 주목적이라면 월지급식 펀드는 현금 유입에 초점을 맞춘 상품으로 가입 후 바로 다음달부터 연금을 매월 지급받는 즉시연금보험 상품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차이점은 투자성에 있다. 즉시연금보험이 시장금리를 감안한 공시금리에 따라 매월 이자 또는 원리금을 지급하는 데 반해 월지급식 펀드는 매월 좌수 분할 해지 또는 분배금 지급 방식에 의해 현금을 지급하고,모체가 되는 남은 투자금은 계속 일반 펀드와 같이 운용된다.

연금보험이 장기간(10년 이상 비과세 요건 등) 자금이 묶이는 데 반해 월지급식 펀드는 환매수수료 부과 기간(펀드별로 1개월~1년)이 지나면 펀드 수익률을 감안,제약없이 환매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월지급식 펀드가 매월 현금 지급 후에도 투자 원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시장 상황과 운용능력에 따라 결과적으로 매월 현금 지급 후 남은 금액이 투자원금을 상회할 수도 있고,때론 반대로 원금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세후 연 6~7%대 즉,월 0.5~0.6% 정도의 현금을 지급하면서 투자 원금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주식 편입 비중을 늘려 그 이상의 금액을 매월 지급하면서 장기적으로 원금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여타 선진국은 분배형채권 펀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주식 · 채권혼합형 펀드가 월지급식 펀드로 먼저 선을 보이고,최근에 각종 글로벌 채권에 투자하는 분배식펀드가 뒤를 잇고 있다는 것이다.
[연금펀드] 은퇴자금 5억 맡기면 월 300만원 생활비
◆월지급식 국내 주식 · 채권 혼합형 펀드


국내 주식과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일반적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30~50% 사이에서 주식 편입 비중을 조절하고 채권 투자 외 옵션 투자 등으로 주가 하락장에서 방어력을 높인다.

주가 상승시에는 주식을 분할 매도해 채권 편입 비중을 늘리고,반대로 하락시에는 주식을 분할 매수,채권 편입 비중이 줄어든다. 변동성 장세에서 누적 수익률을 추구하며 주식매매 차익이 비과세여서 정기예금 대비 절세 효과도 있다.

매월 세후 0.5~0.6% 정도의 현금을 좌수 분할 환매 방식으로 지급하며,외환은행과 한국투신이 공동 개발하고 외환은행 전 지점에서 판매하는 한국투자 노블월지급식 연속분할매매 주식혼합 펀드가 대표적인 상품으로 2007년에 출시돼 현재 판매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월배분식 글로벌고수익채권형 펀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채권에 분산 투자하고 매월 현금 지급액은 주로 채권 투자에서 나오는 이자로 충당한다. 투자 원금을 사용한 월 현금 지급은 최대한 지양해 안정적인 펀드 운용을 추구한다. 급격한 시장 변동 등으로 필요할 경우 원금을 사용한 지급도 가능하다.

월 현금 지급을 좌수 분할 환매 방식이 아닌 일종의 배당 방식으로 하는 것이 월지급식 국내 주식 · 채권혼합형 펀드와의 차이다. 해외 채권 투자로 인한 환율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한 환헤지를 한다. AB 월지급 글로벌고수익펀드(채권-재간접형)의 경우 판매 6개월여 만에 3000억원의 판매를 기록했다.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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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최근 주식 편입 비율을 기존보다 상향 조정한 국내 주식형 월지급식 펀드,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형 월분배식 펀드,신흥시장 채권에 투자하는 이머징 월분배식 펀드 등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퇴직 후 매월 생활비가 필요하지만 저금리로 인해 정기예금 이자로는 생활이 곤란한 경우나 부동산 같은 고정자산은 많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과 임대 수입 감소로 고민하는 경우 적절한 대안상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월지급식 펀드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형 상품임을 감안,국내외 및 자산별 적정 분산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양재혁 외환은행 PB/jhyang@ke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