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올 상반기 작년 같은 때보다 2.5배가량 늘어난 수주실적을 올렸다. 해양플랜트,드릴십(원유 시추설비),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설비를 대거 확보해서다. 올 하반기에도 대규모 발주가 예고돼 있어 조선업계 수주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 고부가가치 선박 싹쓸이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굵직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올 상반기에만 336억달러(134척)가 넘는 수주실적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 133억달러(98척)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 상반기 세계 상선 시장의 약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외 선사들이 발주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았지만,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척당 6억달러 안팎인 드릴십의 경우,올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21척을 조선 빅3가 모두 따냈다. 10㎞ 이상 심해에서 시추가 가능한 드릴십과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대부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차지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을 싹쓸이하면서 양적인 면에서도 중국과 격차를 벌렸다. 조선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5월 말 누적 기준) 65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를 수주,340만CGT를 기록한 중국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삼성중공업,연간 목표 대부분 달성

현대중공업은 올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시설(FPSO),LNG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71척(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154억달러로 올해 연간 목표액(198억달러)의 75%에 이르는 규모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말 그리스 오션리그사로부터 드릴십 1척을 6억800만달러에 따내는 등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총 33척을 111억달러에 확보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상반기에만 올 수주목표(115억달러)를 대부분 달성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달 말 그리스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4억달러에 수주하는 등 올 상반기 동안 71억3000만달러(30척)의 실적을 올렸다. 연간 목표치인 110억달러의 약 65%에 해당한다.

다만 STX조선해양과 STX유럽 STX다롄 등 STX조선부문은 올 상반기 20억달러(39척)를 수주,작년 같은 기간보다 수주 규모가 감소했다.

◆하반기도 수주행진 지속될 듯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도 수주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근 2~3년간 이어온 조선사와 선주사 간 선가 줄다리기가 일단락되면서,그동안 미뤄졌던 선박 건조 계약들이 무더기로 체결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고유가 시대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해양플랜트와 LNG운반선,드릴십,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소형 조선사들도 소형 컨테이너선과 PC선 등 일부 선종에서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