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 발 뺀다"…국제유가 두 달째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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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금 올리고 경기회복 둔화…수요 감소
IEA, 전략비축유 방출…하반기 90弗대 전망
IEA, 전략비축유 방출…하반기 90弗대 전망
국제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투기 세력이 석유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웹사이트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을 비상업적 목적으로 매수(롱)한 계약 수는 지난달 마지막 한 주 동안 31만7951건으로 미국이 석유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인 4월 마지막 주에 비해 21.5% 감소했다. 매도(쇼트) 계약 수는 같은 기간 24.9% 늘었다. 1계약은 1000배럴이 기준이다. 원자재 정보 업체인 코리아PDS의 최은지 연구원은 "투기자들이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매도 주문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배럴당 113.93달러(4월29일)까지 올랐던 WTI 8월물 가격이 지난 1일 94.94달러까지 밀려 2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간 배경이다.
◆하반기도 국제 유가 약세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물시장에서 투기자금이 빠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둔화됐다. 또 지난달 말부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면서 유가가 내렸다.
알 세야사 쿠웨이트 최고석유위원회 위원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EA의 전략비축유 방출로 올해 말까지 국제 유가(WTI)가 배럴당 90~100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IEA 결정 직후 향후 3개월 뒤 북해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05~107달러로 기존 대비 10~12달러 하향 조정했다.
◆거래증거금 네 차례 인상
투기세력이 발을 뺀 배경에는 투기와의 전쟁이 있다. NYMEX가 WTI 선물을 계약할 때 보증금처럼 예치해야 하는 거래증거금을 지난 2월 2년 만에 다시 올리기 시작한 데다 4월 미국 사법부가 유가조작 세력을 조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 NYMEX는 석유 투기를 막기 위해 2월26일부터 5월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거래증거금을 67% 올렸다. 북해산 브렌트유가 거래되는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도 같은 기간 증거금을 47% 인상했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회복이 둔화되면서 실수요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4월 원유 소비(전년 동기 대비)는 200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원자재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해온 미국의 양적완화도 지난달 말로 끝났다. 중국은 작년 10월부터 금리를 네 차례 올리는 등 긴축정책으로 지난달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IEA의 공세로 산유국 영향력 약화
과거에 가격을 올리고 수출을 중단하는 등 공급을 제한하면서 1 · 2차 석유파동을 촉발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도 약화됐다. IEA가 지난달부터 한 달 일정으로 매일 200만배럴씩 석유를 방출하면서부터다. OPEC이 "감산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하자 리처드 존스 IEA 사무차장은 "추가 방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결국 OPEC이 IEA에 대화를 청하기에 이르렀다. 가격결정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한편 중동 ·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으로 유가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
3일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웹사이트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을 비상업적 목적으로 매수(롱)한 계약 수는 지난달 마지막 한 주 동안 31만7951건으로 미국이 석유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인 4월 마지막 주에 비해 21.5% 감소했다. 매도(쇼트) 계약 수는 같은 기간 24.9% 늘었다. 1계약은 1000배럴이 기준이다. 원자재 정보 업체인 코리아PDS의 최은지 연구원은 "투기자들이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매도 주문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배럴당 113.93달러(4월29일)까지 올랐던 WTI 8월물 가격이 지난 1일 94.94달러까지 밀려 2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간 배경이다.
◆하반기도 국제 유가 약세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물시장에서 투기자금이 빠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둔화됐다. 또 지난달 말부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면서 유가가 내렸다.
알 세야사 쿠웨이트 최고석유위원회 위원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EA의 전략비축유 방출로 올해 말까지 국제 유가(WTI)가 배럴당 90~100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IEA 결정 직후 향후 3개월 뒤 북해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05~107달러로 기존 대비 10~12달러 하향 조정했다.
◆거래증거금 네 차례 인상
투기세력이 발을 뺀 배경에는 투기와의 전쟁이 있다. NYMEX가 WTI 선물을 계약할 때 보증금처럼 예치해야 하는 거래증거금을 지난 2월 2년 만에 다시 올리기 시작한 데다 4월 미국 사법부가 유가조작 세력을 조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 NYMEX는 석유 투기를 막기 위해 2월26일부터 5월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거래증거금을 67% 올렸다. 북해산 브렌트유가 거래되는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도 같은 기간 증거금을 47% 인상했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회복이 둔화되면서 실수요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4월 원유 소비(전년 동기 대비)는 200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원자재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해온 미국의 양적완화도 지난달 말로 끝났다. 중국은 작년 10월부터 금리를 네 차례 올리는 등 긴축정책으로 지난달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IEA의 공세로 산유국 영향력 약화
과거에 가격을 올리고 수출을 중단하는 등 공급을 제한하면서 1 · 2차 석유파동을 촉발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도 약화됐다. IEA가 지난달부터 한 달 일정으로 매일 200만배럴씩 석유를 방출하면서부터다. OPEC이 "감산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하자 리처드 존스 IEA 사무차장은 "추가 방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결국 OPEC이 IEA에 대화를 청하기에 이르렀다. 가격결정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한편 중동 ·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으로 유가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