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의 작은 시골 마을인 램지에는 건물 외벽을 통나무와 유리로만 만든 별장 같은 점포가 있다. 영국 최대이자 세계 3위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2009년 12월 세계 첫 '탄소 제로 스토어'를 표방하며 문을 연 '테스코 램지점'이다.

최근 방문한 테스코 램지점에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첨단 장치들로 가득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리창과 천장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설치된 투명 패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자연 채광을 십분 활용해 전기 조명을 줄이기 위한 시설이다.

마크 스틸 램지점장은 "천장 패널에는 특수 나노젤이 들어 있어 직사광선을 차단하면서 바닥까지 햇빛이 고루 비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냉장 · 냉동식품 진열대에도 대부분 '슬라이딩 문'이 설치돼 있었다. 고객이 문을 열고 물건을 꺼낸 후 닫지 않아도 자동으로 닫혔다. 진열대 위에는 원형 관이 천장 파이프와 연결돼 있었다. 냉장 · 냉동 진열대에서 발생하는 냉기를 흡수해 재활용하기 위한 장치다. 점포 후방 창고 천장에는 '선 파이프(sun pipe)'로 불리는 튜브가 밝게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이 튜브는 거울을 이용해 햇빛을 반사시켜 햇빛이 미치지 않는 곳에도 광선을 끌어온다.

영업면적 2280㎡(700평) 규모의 단층 매장인 이 점포에서 개점 이후 1년간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889t.비슷한 규모의 일반 점포(2053t)의 43% 수준이다. 스틸 점장은 "난방과 환기 냉방에 쓰인 에너지는 일반 점포에 비해 66% 감소했고,전자제품에 쓰이는 전력과 냉각제로 사용된 탄소배출량은 각각 44%와 69% 줄었다"고 말했다.

이 점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식물성 기름 등 바이오 연료를 사용해 자체 가동하는 소규모 열병합발전시설과 태양광발전시설에서 나온다. 각종 에너지 절감시설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나머지는 점포에서 자체 발전하는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함으로써 외부에서 끌어오는 에너지가 전혀 없다는 의미에서 '탄소 제로'다. 스틸 점장은 "일반 점포보다 투자비가 30% 이상 많이 들어 투자비 회수 기간도 5년 이상 더 길게 잡았다"고 전했다.

테스코는 램지점을 포함해 모두 3개의 탄소 제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루시 네빌롤프 테스코 부회장은 "'탄소 제로' 장치를 확산시켜 한국 자회사인 홈플러스를 포함해 전 세계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5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0)로 만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램지(영국)=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