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결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4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결혼 평균 연령은 남성 31.8세,여성 28.9세다. 10년 전보다 남성은 2.5세,여성은 2.4세 높아진 것이라고 한다. 통계자료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주변에 미혼 남녀들이 넘치고 있다. 친척 모임을 가나 회사 직원들을 보나 마찬가지다. 과거엔 노총각,노처녀 소리를 들었을 법한 30대 초반의 미혼 남녀들이 수두룩하다.

조카녀석이라면 군밤이라도 때려주며 "내가 너만 했을 땐…" 식의 훈계를 해줄 수 있지만 회사에선 이게 쉽지 않다. 사회나 국가가 결혼을 강제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개인의 연애관,가족관을 존중해주는 게 도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쉬 꺼냈다 본의 아니게 고지식한 아저씨로 손가락질 받을까 두렵기도 하다.

늦깎이 결혼의 1차 책임을 미혼 남녀들에게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결혼비용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엔 전셋값 상승 때문에 신혼집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식을 미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경제활동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도 큰 문제다. 기성세대가 이러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그러면서도 "장가 좀 가! 시집 좀 가!"만 외친다면 그건 선배들의 무성의한 객기 아닌가.

경제력 있는 미혼이 증가하면서 엉뚱하게 득을 보는 건 아이들이다. 고가의 옷과 장난감을 시시때때 턱턱 사주는 이모,삼촌이야말로 아이들에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진배없을 것이다. 이건 쉽게 웃을 일이 아니다. 조카에게 사주는 옷과 장난감이 백화점 매출을 잠시 늘려줄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국가경제가 작동되지는 않는다. 적정한 비율의 결혼,출산과 인구 수는 국가경제와 사회복지를 뒷받침하는 기초 중의 기초다.

무엇보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사회 경제적 목적을 뛰어넘는 본연의 의미가 있다.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웃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화려한 싱글족의 등장을 한때의 유행 정도로 생각했던 일본도 노인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소위 '고독사(孤獨死)'가 증가하자 화들짝 놀라고 있다고 한다. 혼자 밥 먹는 걸 굶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우리 국민성으로 보건데 고독한 노후가 우리의 정신과 신체에 미칠 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얼마전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직 유명 아나운서의 이야기가 가슴 한 구석에 진하게 남아있다. "어느날 내게 찾아온,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암선고! 그 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40년 넘게 언제나 내 곁을 지켜 준 아내 덕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여보,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오." 짧은 한마디였지만 가정을 이뤄야 함이 무슨 의미인지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저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화려한 싱글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우리 회사 김 과장,오 과장,박 과장만이라도 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사장 mdha426@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