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영숙 씨(가명 · 64)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올초 미소금융에서 무담보 무보증으로 500만원의 점포 운영자금을 빌렸다. 김밥과 떡볶이를 팔아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을 갚고 아이들 학비를 대겠다는 꿈도 잠시.매출이 생각만큼 오르질 않아 47일째 미소금융 원금과 이자 18만7000원을 갚질 못하고 있다.

서민들의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미소금융의 고민은 연체 문제다. 재산이 거의 없는 대출자들이 연체하게 되면 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

4일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김씨처럼 미소금융에서 창업자금이나 점포 운영자금을 빌린 뒤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총대출 잔액 대비 연체율은 1.9%다. 이자만 상환하는 거치기간 중 연체율은 2.4%였다.

연체율은 기업과 은행들이 직접 운영하는 미소금융 지점이 미소금융중앙재단보다 낮았다. 기업 미소금융은 연체율이 3월 1.8%에서 5월엔 1.7%로 낮아졌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담당하는 지역지점 연체율은 3월 5.7%에서 5월엔 5.8%로 높아졌다.

미소금융중앙재단 관계자는 "지역지점은 지역 밀착형 사업으로 기업과 은행재단에 비해 무등록 사업자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아 연체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체자관리도 쉽지 않은 편이다.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서민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일반 대출과 달리 가압류나 독촉과 같은 '추심행위'를 하기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미소금융재단의 연체관리는 전화(연체 2일경과)→안내장 발송 및 전화(1개월 미만)→현장방문(2개월) 순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체가 3개월에 육박하면 지점 직원들이 현장조사나 재산조사를 통해 대출금 회수에 나선다. 이 단계에서도 소상공인센터 등을 통해 경영컨설팅을 해주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연체금을 돌려받는 것보다 자립에 방점을 두고 있어서다. 윤성민 미소금융중앙재단 과장은 "연체자 관리는 채권추심의 목적보다는 자주 가게를 방문해 가게를 정상화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미소금융재단은 장사가 안돼 연체하는 일을 막기위 해 전문가를 동원한 관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SK미소금융재단 서초지점은 강남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씨가 원리금을 연체하자 홍보 법무 재무 전문가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보내 상권과 재무분석을 해줬다.

처음엔 서초지점 직원들이 "매출을 올려주자"며 김씨 가게로 회식을 가기도 했다. 얼굴을 자주 비치는 것 역시 '빚독촉'이다 싶어 서초지점 직원들은 2단계로 봉사단과 함께 김씨 가게의 마케팅을 돕고 있다. 봉사단원들이 식당 메뉴판을 갈아주고 허름한 벽지도 바꿔줬다. 벽에 삽화를 그려넣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김동욱/김현예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