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청산받은 조합원이 전체의 9%입니다. 몇 년 전 주변 지역에서는 5%대였는데….사업 완공 후 시세차익을 얻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네요. "(서울 남가좌동1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조합 관계자)

수도권 부동산 시장 침체로 관리처분계획 전에 보유 지분 가치를 현금으로 청산받는 재건축 · 재개발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일반분양분과 조합원분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일찌감치 현금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건설사 재건축 담당 임원은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도 조합원 탈퇴를 늘리는 요인"이라며 "현금 청산은 다른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현금 청산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앞둔 재개발 · 재건축 조합원들의 현금 청산이 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5% 안팎이던 현금 청산 비율은 최근 10~20%로 높아졌다.

현금 청산 대상자는 당초부터 재건축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비조합원,사업시행인가 후 60일 이내 조합원분에 대해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이주 후 계약을 하지 않은 조합원(분양 철회자) 등이다. 조합은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은 비조합원의 소유권을 감정가로 청산한다.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에겐 정관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때 확정된 기존 재산에 대한 권리가액(현금으로 환산한 가치)을 기준으로 현금을 돌려준다. 분양 철회자는 보통 일반분양 계약금이 들어온 뒤 조합과 협의를 통해 청산금을 받는다.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대지 면적이 넓은 조합원이 문제다. 대지 면적에 상관없이 한 채만 분양받기 때문에 큰 면적을 보유한 조합원들이 현금 청산을 선호해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금 청산 규모가 200억~300억원이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현금 청산 금액은 금융회사 대출로 감당하기 때문에 이자는 조합원들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도 시험대

서울과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중소형이 인기를 누리고 주변 시세보다 낮은 보금자리주택이 재건축 단지 인근에 들어서는 것도 현금 청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과거와 달리 재건축 조합원들이 대형 평형을 기피하는 바람에 중소형 평형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낮은 조합원들도 현금 청산을 선호한다. 게다가 주변 아파트 시세가 약세여서 신규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들도 시험대에 올랐다.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등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 신청을 접수 중인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은 대형 평형 비중을 줄이고 79㎡형 등 중소형 평형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일동 고덕주공4단지는 이달 중순께부터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고덕동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값 하락으로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힘들어 분담금이 늘어나자 현금을 받고 이사가려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한 아파트 가격이 회복하지 않는 한 현금 청산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