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첫 공개] 인목대비 장수기원ㆍ장렬왕후 국장…조선 왕실역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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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古 풍정도감 등 5점 선보여…잔치ㆍ장례ㆍ존숭ㆍ궁궐 건축 수록
19일부터 9월18일까지 특별전
19일부터 9월18일까지 특별전
"국장 행렬의 중심은 '대여(관을 실은 상여)'입니다. 왕의 대여 옆에는 장막을 치지 않지만 왕비의 상여 옆에는 장막을 칩니다. 여기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의 반차도(행렬을 그린 그림)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유새롬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이 145년 만에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중 일부를 4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유물은 풍정도감의궤(豊呈都監儀軌 · 1630년),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莊烈王后尊崇都監儀軌 · 1686년),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莊烈王后國葬都監儀軌 · 1688년),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懿昭世孫禮葬都監儀軌 · 1752년),서궐영건도감의궤(西闕營建都監儀軌 · 1831년) 등 5점이다.
박물관 측은 "이들 의궤는 잔치 · 장례 · 존숭 · 궁궐 영건(營建 · 건축) 등 각 분야 의궤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풍정도감의궤,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 3책은 국내에 남아 있지 않던 유일본"이라고 설명했다.
풍정도감의궤는 외규장각 의궤 중 제작 연대가 가장 오래됐으며,잔치 의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다. 1603년(인조 8년) 3월 인목대비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인경궁에서 인조가 올린 잔치행사를 기록한 것.그림 설명은 없으며 보관을 위한 분상용(分上用)이어서 왕이 보는 어람용(御覽用)과 서체 종이 장정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는 원표지본이다. 1686년(숙종 12년) 5월 인조의 계비인 장렬왕후에게 존호를 올릴 때 의식절차를 기록한 의궤다. 원표지를 유지하고 있어 어람용 의궤 표지의 재료와 장정 방법을 알 수 있다. 초록색 구름무늬비단으로 표지를 싼 뒤 놋쇠로 변철(邊鐵 · 놋쇠로 만든 판)을 대고 5개의 박을못으로 고정했다. 박을못 앞뒤로 둥근 국화무늬판을 대서 제본했다.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는 1688년(숙종 14년) 8월에서 12월까지 치러진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국장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상하 2책으로 구성돼 있는 데 상책은 유일본이다. 상책에 발인 반차도가 수록돼 있다. 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는 1752년(영조 28년) 5월 사도세자와 혜빈 홍씨의 장남인 의소세손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다. 서궐영건도감의궤는 1830년(순조 30년)부터 1831년까지 경희궁 중건 과정을 기록했다.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임금이 감상하기 위해 제작한 어람용이라는 게 특징이다. 왕실 의례 및 행사를 기록한 의궤는 통상 왕이 보는 어람용 1부와 보관이나 해당 기관 참고를 위한 분상용을 포함해 5~9부를 제작했다.
어람용과 분상용의 기록 내용은 같지만 종이와 표지의 재질,장정 방법,서체와 그림 수준 등에서 어람용이 월등하다. 글자 크기와 간격,편집 등의 차이로 어람용이 분상용보다 분량도 많다. 대부분 변철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도 특징이다. 국내에도 어람용 의궤가 다수 있지만 대부분 변철이 사라지거나 변형된 상태다.
책과 함께 공개된 의궤의 비단 표지에서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한 고급 비단의 격조를 느낄 수 있다. 비단표지는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이 1970년대에 의궤 297책 중 11책을 제외한 286책의 표지를 개장한 뒤 별도로 보관했다가 의궤와 함께 인도한 것이다. 의궤를 개장하기 전 원래 상태를 보여주는 이들 표지는 17~19세기에 걸친 어람용 의궤 장정의 변천과정을 알려주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박물관은 오는 19일부터 9월18일까지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145년 만의 귀환,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