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건설업체들이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설비를 갖출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그러다 보니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고 맨몸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 40대 중반 증권회사를 퇴직한 뒤 마땅한 일감이 없어 10여년 전부터 소형 건설업체를 운영해온 강모씨(55)는 빠듯한 건설현장의 현실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쥐꼬리만한 공사대금을 받아봐야 직원 월급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안전설비는 엄두도 못낸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소규모 업체의 안전설비 미비는 결국 산재사고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한 해 동안 공사대금 2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1만6096명이 작업 중 재해를 당했다. 2009년의 건설 재해자 1만4415명보다 11.7% 늘어난 수치로 전체 건설 재해자(2만2504명)의 71.5%에 이른다. 근로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따질 경우 재해자 수는 7만9797명으로 전체 재해자의 81%에 달한다. 5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830만4682명)의 비율이 전체 사업체 종사자(1316만2507)의 63.1%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사고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소규모 건설현장은 대규모 건설현장과 달리 안전관리가 취약하고 공사기간도 대부분 3개월 미만으로 짧다. 연간 80여만개의 소규모 건설현장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할 정도다. 이러다 보니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직 구성 의무가 면제되는 등 각종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95% 정도는 아예 재해 예방을 위한 컨설팅도 받지 않은 채 공사를 완료한다. 안전 사각지대에 완전히 방치돼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충남지사의 김창한 건설보건팀장은 "우리나라 대형 건설업체들의 안전의식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지만 소규모 건설업체들은 산업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소규모 건설업체에선 비용에 부담을 느껴 안전장비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산업안전감독관이 점검을 나가 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 가운데는 일용직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 안전설비를 착용하지 않다가 과태료 스티커를 받아도 대부분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