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운명의 3개월'] 85개 저축銀 동시다발 경영진단…'BIS 5% 미만' 퇴출 가능성

금감원ㆍ예보ㆍ회계법인 340명 고강도 검사
금융안정기금 투입엔 '시간벌기용' 비판

저축은행들의 운명이 3개월 내에 판가름난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회계법인 등이 5일부터 공동 실시하는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고강도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생사가 가려질 전망이다.

경영진단 결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인 저축은행은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을 수혈받아 활로가 넓어지는 반면 5% 미만인 저축은행은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퇴출당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9월 하순께 진단 결과를 내놓는다.

◆금감원 예보 회계법인 공동 진단

4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방안'에는 유례없는 조치들이 담겼다. 우선 98개 정상영업 저축은행 가운데 상반기 검사가 끝난 10곳,예보 소유 2곳,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1곳 등 13곳을 제외한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경영진단이 동시에 이뤄진다.

'경영진단'이라 표현했지만 하반기 검사가 예정된 49곳이 모두 포함된 만큼 고강도 검사와 다를 바 없다. 경영진단반은 금감원 180명,예보 95명,회계법인 65명 등 340명으로 구성됐다. 회계법인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저축은행 규모에 따라 2~6명씩 20개팀으로 나뉘어 현장에 투입된다. 팀별로 4~5개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와 자기자본비율을 철저하게 점검할 계획이다. 검사와 회계감사를 따로 했을 때 '봐주기'가 가능했다면,공동 경영진단에선 상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단반원이 외부의 부당한 압력과 청탁을 받게 되면 즉시 금감원 감찰실에 신고토록 했다"며 "반대로 진단반원의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서도 저축은행 직원들이 제보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옥석 가리기' 한꺼번에 진행

두 달여간 실시될 경영진단이 끝나면 저축은행의 법정 결산공시 시한인 9월28일 이전에 그 결과가 한꺼번에 공개된다. 몇 개의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자기자본비율 5% 미만으로 판정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는 자기자본비율 3% 이상~5% 미만으로 경영개선권고 대상인 저축은행은 최장 6개월，1% 이상~3% 미만으로 경영개선요구 대상인 곳은 1년간 자체 정상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인 저축은행 가운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며,해당 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경영평가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등 '3대 퇴출 요건'에 모두 해당하면 곧바로 경영개선명령(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경영진단의 강도나 부실한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최소 5곳 이상의 저축은행이 퇴출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9월 하순께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인 곳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평가가 이뤄져 생존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간벌기용' 비판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영진단 등의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으로 정상영업을 계속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의 확실한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자본확충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한번도 활용한 적이 없는 '금융안정기금'을 통한 상환우선주 매입이다.

금융안정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해 금융회사 등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설치 근거가 마련됐다. 정책금융공사가 기금의 운용과 관리,자금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금융위는 무보증 금융안정기금채권을 발행해 지원 대상 저축은행이 발행하는 상환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본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인 저축은행이 지원을 신청하면 정책공사의 심사,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지원이 이뤄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원 규모와 시기는 경영진단 추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까지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에 투입하겠다는 초유의 대책을 내놓자 구조조정보다는 또 한번의 '시간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