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사장실 천장에 매달린 북어 "여의도 氣 눌러라"
서울시 여의도동 증권가 중심에 자리잡은 한 투자자문사 대표의 집무실 천장엔 북어 한 마리가 걸려 있다. 건물에 입주하며 고사를 지낼 때 상에 올렸던 북어다. 이 건물의 기(氣)가 세다는 말을 듣고 기를 누르기 위해 고사상 북어를 아예 천장에 모셔 놓았다. 북어 덕분일까. 팬택 등 입주사가 줄줄이 잘못돼 나갔던 건물에서 이 자문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증권업은 풍수지리에 민감하다. 선물과 현물을 합쳐 하루 40조원이 넘는 고객 돈을 다루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가능한 한 복이 들어온다는 터에 자리잡으려고 애쓴다.

문제는 여의도가 돈이 모이는 곳이긴 하지만,기가 센 곳이 많다는 점이다. 돈을 상징하는 물길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나 한강의 모래밭 위에 만들어진 섬인 데다 커다란 수맥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회사는 사무실을 옮길 때 지관에게 의뢰해 터의 기운부터 본다.

우리투자증권은 2005년 여의도 공원 맞은편의 현 본사 사옥에 입주하면서 풍수의 힘을 빌렸다. 한강 옆에 위치하기 때문에 혹시나 주위에 흐를 수 있는 수맥을 차단하기 위해 회사이름이 새겨진 금색 현판을 건물 외벽에 붙였다. 액운을 막기 위한 부적인 셈이다. 이 회사가 당초 19층에 있던 식당을 지하 1층으로 옮긴 것도 풍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옥을 배로 봤을 때 엔진에 해당하는 식당을 선수(배의 앞머리)가 아닌 선미에 두는 게 좋다는 지적에 따라 식당을 이전했다는 후문이다.

대신증권은 작년 초 여의도 본사 앞에 있는 '황소' 동상의 위치를 바꾸면서 지관의 도움을 받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의미로 황소 동상을 정문 쪽으로 옮겼다"며 "위치를 조금 바꾸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풍수 전문가들의 얘기를 참조했다"고 전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사옥을 마련할 때 지관을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서울 강남에 사옥을 마련할 때도 "역삼역 주변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내려온 재물이 모이는 삼성역 사거리가 명당 자리"라는 지관의 조언에 따라 삼성역 사거리에 본사를 마련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새로운 본사인 서울 을지로 '센터원' 자리는 조선시대에 동전을 만들었던 주전소(鑄錢所) 자리라는 말에 박 회장이 그 자리에서 입지를 결정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증권회사 본사가 대부분 서울 여의도에 몰려 있지만 삼성증권 본사는 태평로에 있다. 여의도는 터가 좋지 않아 처음부터 쳐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증권사만이 아니다. 상당수 기업들은 건물을 새로 짓거나 사무실을 옮길 때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액땜을 하곤 한다. 서울 서린동의 SK 본사 부지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불기운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은 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물'을 의미하는 거북이 상징물을 건물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청계천 방향으로 나 있는 정문입구에는 거북이의 머리를 상징하는 하얀 점 8개가 찍혀 있는 검정돌이 놓여 있다. 또 건물을 지탱하는 4개의 기둥 바닥에는 거북이 발모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옥 정문이 종로 방향이 아닌 청계천 방향으로 나 있는 것도 물의 기운을 받기 위해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연/김동욱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