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의 이동통신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들도 정확한 내막을 모르고 있다. 중앙회 측에서도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할 뿐 어떤 연유로 검토를 시작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항간에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직접 권유했다는 얘기도 있다. 최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나오고 통신재판매사업자(MVNO)가 활성화되면 경쟁이 촉진돼 통신요금이 낮아질 것"이라는 답변을 수차례 했다.
그동안 제4 이동통신을 추진해온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은 지난해 두 차례 사업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재정능력에서 낙제점을 받아 탈락했다. 와이브로 전국망을 깔아 서비스를 하려면 조(兆) 단위 투자가 필요한데 최대주주 매출이 연간 100억~200억원에 불과했던 것.KMI는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해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에 2.5㎓ 주파수를 주고 와이브로 서비스를 유도하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과거 정통부 시절의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정통부는 SK텔레콤,KT,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에 와이브로 사업권을 줬지만 하나로통신은 반납했고,SK텔레콤과 KT는 시늉만 낼 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기존 사업자에 와이브로 사업권을 준 게 실책이었다. 이들은 기존 서비스와 겹치는 와이브로에 과감히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KT나 SK텔레콤보다 5~6년 늦게 와이브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신사업자가 3개에서 4개로 늘어나면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방통위원장의 셈법도 다분히 이상적이다. 현재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사업자 수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업자가 많을수록 좋다면 신세기통신과 한솔텔레콤이 합병되는 걸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현재로서는 '백마 탄 기사'가 나타나 과감하게 조 단위 투자를 해 단숨에 와이브로 전국망을 깔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중기중앙회가 와이브로 시장에 등장하려면 충분한 재정능력을 갖춘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 위원장이 중기중앙회에 이동통신 사업을 권유했다는 얘기는 다소 뜬금없는 것처럼 들린다. 최근 정부 인사들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동반성장'의 시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기존 통신사업자들도 손사레를 치는 사업 분야에 중소기업 단체의 등을 떠민다니 하는 얘기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