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최근 종전의 재무설계센터를 '노블리에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은행권이 주도하는 프라이빗뱅킹(PB) 부문을 파고들기 위해서다. SC제일은행은 지난 4월 40여명으로 구성된 투자 컨설턴트 조직을 신설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했다. 종전 퇴직보험에서 갈아타려는 기업 수요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과 보험회사 간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권 간 경쟁은 특히 퇴직연금과 PB부문에서 가열되고 있다.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 각 지점장 경영성과평가(KPI) 중 퇴직연금 항목을 상향조정해 경쟁에 불을 댕겼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농협 등 7개 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수탁액 기준)은 지난달 말 17조150억원으로,작년 말보다 3조5469억원 늘었다. 올해 말 퇴직연금 의무 적용을 앞두고 상당수 기업들이 종전 퇴직보험 및 퇴직신탁을 은행권 연금으로 갈아탄 결과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3조6916억원으로,작년 말보다 8389억원 늘면서 1위를 탈환했다. 신한은행은 정상 자리를 내줬지만 6980억원 증가한 3조5811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3조3440억원으로 8755억원 늘어 3위를 지켰다. 다른 은행들도 모두 퇴직연금 적립액이 증가세를 보였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은 적극적인 수성(守城)에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은행권이 종전 거래기업과의 관계 및 고금리 등을 미끼로 퇴직연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30년 이상 퇴직보험 사업을 해오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 만큼 고객을 뺏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ING생명은 현재 1% 수준에 불과한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 내 5% 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퇴직연금 중 30%를 타사의 예 · 적금에 운용토록 하는 규제가 하반기에 시행되면 은행권으로 쏠리던 퇴직연금 고객이 보험업계로 회귀할 것이란 게 보험업계의 기대다.

PB부문에서도 은행과 보험업계가 맞붙고 있다. 이 분야의 후발주자 격인 보험사들이 공격에 나서는 양상이다. 교보생명은 PB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8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VIP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라는 경영진의 지시가 있었다"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