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반복되는 에너지 · 자원 비리사건이 또 터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 3사의 내년 부채규모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보다 2배 이상인 53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이른바 자주개발률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공기업들이 무리하게 해외기업의 인수 · 합병에 나서면서 대규모로 외부차입을 감행한 탓이다. 이미 국제 자원개발 메이저 사이에서는 한국이 '봉'이라는 얘기가 파다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자원 문제에 대해 과도한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총성 없는 자원전쟁, 자원 민족주의 등의 용어들이 난무하면서 당장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과장된 아우성을 내지르기 일쑤였다. 물론 에너지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이고 보면 끊임없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수급이나 가격 전망 등을 따져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정치적 · 지정학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원과 관련한 온갖 비리와 부정 등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국내에서도 자원개발 사기가 판을 치고 현란한 이름의 자원펀드들이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도 경제재에 다름 아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 하락 압력이 발생하는 것이고,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증가하면서 대체재를 찾는 노력도 높아진다. 자원은 필연적으로 고갈돼 언제나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그럴 듯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원의 희소성이 낮아지고 실질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1970년대 1차 석유위기를 계기로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론'이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석유 매장량과 가채연수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주개발률만 높이면 된다는 발상은 그래서 언제나 위험하다. 정부가 원자재 콤플렉스에 사로잡히게 되면 아껴써야 할 진짜 미래 자원을 모두 엉뚱한 곳에 낭비하게 된다. 지금 자원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 문제는 바로 그런 일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