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전체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진단을 실시해 오는 9월까지 옥석을 가리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시장에선 9월 대란설이 도는데 찔끔찔끔 검사해선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3년 전부터 불거진 저축은행 부실을 G20 정상회의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공적자금 투입 등 수술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근본처방으로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예금인출로 인한 유동성 부족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9월까지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이미 몇몇 저축은행의 퇴출을 예견하고 있는데 미리 영업정지가 없다고 선언한 것은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소지가 다분하다. 예금자를 안심시키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번에도 시간끌기 성격이 짙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부실 저축은행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9월 경영진단을 모면하려 할 게 뻔하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은 1인당 5000만원인 예금보호 제도를 이용해 더 높은 이자를 제시하며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부실 금융회사가 대책없는 고금리 수신으로 연명했던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5개 계열 저축은행을 이용해 1인당 2억5000만원(4인 가족이면 10억원)까지 정부가 지급을 보장해준다는 식으로 예금을 끌어들였다. 똑똑한 예금자라면 이 틈에 이자를 더 챙길 것이다.

아울러 BIS비율 5% 이상인 저축은행에 2009년 조성한 금융안정기금으로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는 방침도 또 다른 시간끌기로 비쳐진다.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은 그들이 제시하는 BIS비율과 회계장부를 못믿겠다는 데 있다. 그런 저축은행에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자꾸 뭔가 이상한 해법을 찾는 것은 떳떳하지 못해 보인다. 저축은행 문제 해법은 정공법뿐이다. 차제에 10년간 제도적 부실을 조장한 저축은행 명칭과 예금보호 한도도 재검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