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없는 농성에 지쳤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복귀했습니다. "

4일 자동차 부품업체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만난 노조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원들도 다들 지쳐 있다"며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생산라인에 복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당부한 A씨는 며칠 전 공장 앞 비닐하우스 농성장을 떠나 생산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파업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가하던 노조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아침에 얼굴만 보이고 자리를 뜨는 노조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성기업 사측에 따르면 노조원 중 233명이 공장에 복귀했고,농성 중인 조합원은 20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에도 5명이 아산공장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복귀 노조원 B씨는 "정치인들이 자주 들러 노조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들이 돌아간 뒤 별다른 소식이 없었고,여론 지지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공장 앞에서 유혈 충돌사태가 발생한 뒤 노조 지도부에 대한 경찰 수배와 압수수색 등이 이어지면서 막무가내식 투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복귀해서 일하니 어떠냐는 질문에는 "큰 짐을 하나 떨친 것 같다"며 "들어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유성기업 노조는 공권력 투입으로 점거 농성이 해산된 뒤에도 한 달이 넘도록 공장 앞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며 농성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한진중공업 노사 1000여명은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한마음 결의대회'를 갖고 새출발 각오를 다졌다. 190일 만의 파업을 가까스로 마무리했어도 회사는 물론 근로자들의 앞날은 아직 불확실하다. 연간 5000만~7000만원의 임금을 받는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근무시간 축소를 내걸고 벌이는 파업에 비한다면,정리해고만은 피하려던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의 농성은 '생계형'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끝장 파업'과 현장 복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모습과 한진중공업 노사의 '결의대회'가 겹쳐지는 이유다.

최진석 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