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왜곡·거래봉쇄…스캘퍼보다 심해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들이 규정에 어긋나는 ELW 호가 제시와 시세 왜곡을 부추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거래 활성화 책임을 진 LP가 유동성 공급에 따른 위험을 회피(헤지)하기보다 스스로 투자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호가를 내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기초자산(주식 또는 코스피지수)의 시세 변화에 맞는 ELW 가격을 제시해야 하지만 정반대 방향의 호가를 내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보통 5분에 한 번은 호가를 내야 하는데도 1시간가량 잠수해 매매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런 경우 투자자들은 수익 실현 기회를 원천봉쇄 당한다.
스캘퍼 못지 않은 이 같은 부당 행위에 힘입어 증권사들은 큰 수익을 얻고 있다. 증권사들이 ELW 시장에서 올린 수입은 최근 급증해 연 2000억원 안팎으로 불어났다. ELW 영업에 적극적인 국내외 대형 증권사들은 LP 활동으로 각각 200억~3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맥쿼리증권의 경우 최근 3년간 ELW 시장에서 번 돈이 546억원으로 같은 기간 회사 순이익 545억원을 웃돈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LP 활동으로 번 수익은 상당 부분 개인투자자의 손실로 연결되는 등 부당이익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LP들의 횡포가 ELW 시장을 '막장'으로 몰고 있지만 시장 관리를 책임지는 한국거래소는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LP
liquidity provider.유동성 공급자.주식워런트증권(ELW)을 투자자들이 원활하게 거래하도록 호가 제시 역할을 맡은 증권사를 말한다. 해당 ELW의 이론가를 계산해 이를 기준으로 매수 · 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한다.
김유미/백광엽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