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고수익 원한다면 DC형…금융사 선택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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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정산 받은 퇴직금, 퇴직연금 전환 바람직
인생 100세 시대의 노후 준비 수단으로 재테크를 잘해 돈만 많이 모아두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 등에 대비한 보험과 퇴직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 생활비 정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연금에 가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험과 연금으로 장수 · 건강 · 자녀 리스크(risk)에 대비한 다음 재테크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3층 연금의 중심은 퇴직연금
공적 · 사적연금은 매우 중요하다. 1960년대 평균 5년 정도였던 노부모 부양 기간이 인생 100세 시대에는 25~30년으로 늘어난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현역 시절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가정주부라도 임의 가입이 가능하다.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60세까지 불입하면 노후자금 마련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직장인은 퇴직연금에도 들어야 한다. 여기서 부족한 부분은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과 같은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된다. 즉 3층 연금 구조다.
이 중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퇴직연금이다. 각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금 재원을 안전한 외부 금융회사(퇴직연금 사업자)에 적립하고,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이를 잘 아는 직장인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생 100세 시대의 가장 중요한 노후 대비 수단이 퇴직연금인데도 말이다.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정부와 기업,연금 사업자 위주로 진행돼온 결과다.
◆회사책임 DB형,개인책임 DC형
퇴직연금은 적립 방법과 적립금 운용 권한 등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 · Defined Benefit) 및 확정기여형(DC형 · Defined Contribution),개인 퇴직계좌(IRA ·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s)로 나눌 수 있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되는 방식이다. 적립금의 운용은 회사가 책임을 진다. 만약 연금자산의 운용 성적이 나빠 지불해야 할 퇴직급여보다 연금자산 평가액이 적을 때는 기업이 그만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DC형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을 사전에 정해 근로자의 개인 계정에 적립해주는 식이다. 근로자는 이 적립금을 자신이 선택하는 금융상품에 넣어 운용한다. 따라서 선택한 금융상품 운용 실적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는 달라진다.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 자신이 지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현재 DB형과 DC형 가입 비율을 보면,DB형이 70% 선으로 높다. 미국의 경우엔 DC형이 60%로 반대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의 DC형 가입 비율(30%) 중에서도 원리금 보장형이 70%에 달한다. 보장형 연금인 DB형까지 합할 경우 원리금 보장형 연금 비율이 90%를 넘는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얼마나 보수적으로 접근하는지 보여주는 통계다.
문제는 요즘처럼 저금리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클 때는 DB형으로 노후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1년에 3%씩 인플레이션이 진행돼도 25년만 지나면 지금의 100만원이 48만원 가치로 줄어든다. 투자형 연금,즉 DC형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방어할 만큼의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직장인들이 DC형 연금에 가입한 다음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성패 좌우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느냐다. 금융회사의 역량에 따라 운용 성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적합한 투자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자산관리 컨설팅 능력과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시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회사의 사후 서비스 역량 역시 필요하다. 가입자에게 지금까지 얼마만큼의 적립금이 쌓였고 운용수익이 어떠한지 정기적으로 알려줘야 하며(DC형),근로자가 원할 경우 즉시 확인해줄 수 있어야 한다. 가입자가 중도에 투자상품을 바꾸기 원하면 온라인 등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회사를 선택할 때 추가로 고려해야 할 점은 가입자 교육 역량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DB형에 가입했다면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이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교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DC형 가입자에게는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금융 및 투자교육을 해줘야 한다.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발생한 퇴직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간정산을 받거나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을 때는 두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우선 다른 곳에 운용했을 때 예상 운영 수익률과 퇴직연금으로 전환했을 때 예상 수익률 간 비교다. 일반 예금에 대한 과세까지 생각해 수익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게 좋다. 중간정산을 받은 퇴직금을 투자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라면 다른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다른 대비가 없다면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걸 추천한다.
기존 퇴직금을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예금 금리가 지나치게 낮다,주식이 일부 편입된 펀드라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때는 정기예금과 펀드에 일정 비율로 나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게 부담스럽다면 분할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목돈을 예금과 같은 안전한 곳에 넣은 다음 매달 일정액을 꺼내 펀드에 적립하는 것이다. 자동으로 분할 가입하는 시스템을 갖춘 금융회사가 많기 때문에 생각만큼 까다롭지 않다.
◆회사를 옮길 때는 개인퇴직계좌 활용
처음에 DB형을 선택했다고 해서 계속 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40~50대 근로자의 경우 직급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오히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급여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때는 DC형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요즘 들어 몇 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기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직장을 옮긴다면 기존 퇴직연금을 해약하지 말고 개인퇴직계좌(IRA)를 활용하는 게 좋다. 개인퇴직계좌란 근로자가 퇴직이나 이직할 때 퇴직 일시금을 근로자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놓고 노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퇴직연금 전용계좌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고 나중에 연금을 탈 때 연금소득세로 납부하게 된다. 과세 이연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적립한 퇴직연금을 인출할 때가 됐다면? 이 단계에서는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거나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은퇴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운용할 능력이 있다면 일시금으로 받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연금 형태가 낫다. 요즘엔 퇴직 후 30~40년을 살아야 하는 시대다. 이른바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와 상의해 종신수급형으로 정해 두는 것도 좋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chkan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