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힘이 전당대회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한 유승민 의원(사진)은 4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대에서 예상을 뒤엎고 홍준표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유 의원은 선거 초반 뒤늦은 출마 선언과 지난 총선 이후 중앙정치 무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상위권 당선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출마 선언 이후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유 의원 지지로 돌아서면서 그의 경선 행보에는 힘이 붙기 시작했다.

이 같은 친박계의 '일사불란'한 지원엔 '박심(朴心)'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 의원은 친박계 대표 후보로 대의원에게 어필하면서 전국의 친박계 표를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고 전대 2위라는 뜻밖의 성과를 얻어냈다.

반면 원희룡 의원을 공개 지지했던 친이계는 원 의원이 4위에 머물자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원 의원이 친박계 후보인 유 의원은 물론 뚜렷한 지지 기반이 없던 나경원 의원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나오자 지난 원내대표 선거 이후 시작된 '친이계의 몰락'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친이계 의원들은 전대가 끝난 직후 삼삼오오 모여 전대 이후 친이계의 행보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번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에는 40대 3명,수도권 4명이 진출함에 따라 '젊은 수도권' 출신이 주류가 됐다.

한편 박 전 대표는 2층 관중석에서 대의원들과 함께 전대를 지켜봤다.

구동회/김재후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