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닦고 붙여서 하루 100만원 벌어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이패드2 보호필름 닦고 붙이고 또 닦아 하루 100만원 벌어요"
애플의 아이패드2 보호필름 부착서비스 시장이 뜨고 있다. 애플 전문점 '프리스비' 서울 A지점에서 아이패드 보호필름을 구매하고 이를 붙이는 손님은 하루 평균 50~60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에 이른다. 이 매장에서 앞면과 뒷면을 모두 붙일 경우 1만원을 내야한다. 필름 부착 서비스로만 발생하는 최대 수익이 하루 최대 100만원이라는 얘기다.
프리스비 관계자는 "9.7인치 대형 화면인 아이패드에 보호필름을 붙일 경우 면적이 넓어 먼지가 들어가거나 모양이 뒤틀어지기 쉽다"며 "6개월 이상의 경력과 얼마간 숙련을 거친 점원들이 부착에 나선다"고 말했다. 프리스비는 전국에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서울 지역에 3개 매장을 운영 중인 애플 전문점 '윌리스'의 본점인 이대점도 호황이다. 이곳에서 보호필름을 찾는 손님도 하루 평균 5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기록했다고 매장 측은 설명했다. 앞면 부착에 3000원, 뒷면은 4000원을 받고 있는 이 매장도 많게는 하루 70만원을 벌고 있는 것.
보호필름 등 IT 액세서리류를 집중 취급하는 '어플리메이트'도 매장별로 많게는 하루 5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 매장은 양면 부착에 8000원 앞면만 붙이는 데 5000원을 받고 있다. 서울 지역 영세 업체들도 부착 서비스를 통해 크지 않지만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지난 4월말 국내에 출시한 태블릿PC인 아이패드2가 '보호필름 부착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셈이다.
박성태 어플리메이트 총괄사장은 7일 "3~4년 이상 관련 경력자가 직원에게 한달 이상 교육을 실시한 뒤 매장별로 1~3명이 교대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문방지, 빛의 반사 정도를 줄여주는 필름 외에도 방탄유리용 재질을 사용한 덕에 10~20m 위에서 떨어뜨려도 화면이 깨지지 않게 해주는 보호필름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국 11개 매장을 보유한 어플리메이트는 오는 8월 4~5개 가량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소형 휴대폰 사업자들로부터 개점 문의가 하루 2~3건씩은 온다"고 말했다.
저렴한 경우 3000원에서 비싸게는 1만원까지 받는 보호필름 부착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애플이 아이패드 판매량을 국가별로 밝히지 않고, 보호필름 관련업체도 다양해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
IT 주변기기 전문기업 한국벨킨 관계자는 "보호필름 분야는 분명 이색 비즈니스로 성장하고 있다"며 "아이패드가 100대 팔렸다면 교체 주기가 짧은 보호필름의 경우 120개 이상 팔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주장과 평균 2만원대인 브랜드 필름의 경우 아이패드 10대당 1개꼴이라는 설명도 있다.
특히 아이패드 보호필름 시장에는 쓰리엠, SGP, 퓨어메이트, 허그유, 디웁스, 인비지블 실드 등 유명 브랜드만 10여 종이 넘고 이를 파는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애플 관련 오프라인 매장 외에도 보호필름 전문 부착 매장, 온라인 쇼핑몰이나 포털 커뮤니티 등을 통하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필름 가격은 1만원 이하부터 4만원대 이상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그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도 충분히 있다. SK텔레콤,KT 등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애플 전문점인 에이샵 일부매장, 컨시어지 등은 아이패드나 보호필름 구입시 부착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착 서비스 비용을 받는 업체들은 "무료 서비스 업체와 달리 다양한 기능을 갖춘 브랜드 제품을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전문 인력으로 이를 부착하지만 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새 필름으로 무상 교환해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상되는 손실 비용을 고려하고,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제공하면서 전문적인 부착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노하우'와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IT전문점이 몰려있는 용산 전자상가 일대를 찾았다.
1년 5개월가량 용산 전자랜드 '프렌드'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보호필름을 붙이고 있는 김문성(35) 씨는 영세한 규모지만 아이패드 보호필름만 붙여도 하루 5만원 이상을 번다. 김씨는 "많으면 하루에도 30번, 평균 10번은 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면만 하면 5000원, 뒷면까지 하면 8000원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노하우라. 5번 붙여 1번은 꼭 실패하며 얻은 걸 가르쳐 달라니 곤란하다"면서도 "보호필름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재질이나 모양이 조금씩 다른 점을 경험으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기기 액세서리 전문점인 퓨어메이트 용산점 직원은 "닦고 붙이고 또 닦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테이프로 먼지를 먼저 제거하고요. 필름을 붙인 뒤엔 플라스틱 막대로 밀고 안경닦는 헝겁으로 닦아주세요."
'보호필름 전문 부착점'이라는 간판을 더 크게 내세운 '지유티코리아'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또 이곳 3층에서 관련 매장을 운영 중인 주인범 (37)씨는 "우레탄 소재인 뒷면 보호필름을 붙이는 게 더 어렵다"며 "스프레이를 뿌려서 필름의 접착력을 떨어뜨린 뒤에 정확한 지점에 맞추고, 먼지가 묻지 않게 조심해서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패드1이 나왔을 당시에는 앞면 보호필름만 출시됐지만, 최근 아이패드2 출시 이후 등장한 뒷면용은 제품 후면을 보호하는 덮개인 '스마트커버'와 경쟁중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형수 (41)씨는 갤럭시탭과 아이패드2에 보호필름을 스스로 붙였지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문에 이미 필름이 부착된 두 제품과 새로 산 아수스 태블릿PC까지 손에 쥐고 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을 찾았다.
전씨는 "두 제품에 보호필름을 직접 붙여보니 약간 삐뚤어지게 마무리 돼 속상했다. 아무래도 매일 필름을 붙이는 분들이 자신감이 있게 잘 붙이는 것 같아 믿고 맡길 수 있다"며 웃었다.
최근 구입한 아이패드2를 박스채로 가져와서 보호필름 부착을 한 대학원생 최경준 (31)씨는 "IT기기에 보호필름 붙이는 게 습관"이라며 "터치감 때문에 일부러 붙이지 않는 친구도 있지만 요즘에는 이를 개선한 제품도 있고,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아끼는 제품에 흠집이 날까봐 돈을 들여 필름을 붙이더라"고 덧붙였다. 애플 제품에 보호필름을 붙이면서 이윤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