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회에서는 물리학자로,물리학회에서는 생물학자로 행동하면 어려운 질문을 안하더군요. "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하택집 미 일리노이대(어버너샴페인 캠퍼스) 물리학과 교수(사진)는 농담으로 기조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형광공명에너지전달(FRET:프렛) 현상을 생체 단분자 연구에 적용,물리학에 기반한 생명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과학자다.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권위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며 현재까지 7000회가 넘는 피인용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 출신 물리학자 중 최초로 미 과학계 최대 규모 연구비인 '하워드휴즈 그랜트'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엔 호암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 분야는 DNA RNA 단백질 등 세포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에 색을 입히고 이를 단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물질들이 서로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면서 상호작용(공명)에 의해 색이 발현되는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 '집게'라는 물리학 개념을 융합했다. 세포 구성물질의 특정 부위에 빨강 파랑 초록 등으로 나노스케일 구슬을 입히고,이를 광학집게로 조작하면서 생명현상의 근본인 단백질을 단분자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하 교수는 "생체 분자의 구성 원리를 파고들다 보면 이를 역으로 설계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인공적인 '나노머신'을 만들어 의료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백질로 구성된 무수한 효소가 DNA나 RNA를 자르고 붙일 때 마치 용수철처럼 힘을 모아놨다 한번에 폭발하는 양상이 확인됐으며,이는 단백질을 모사한 나노머신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광주=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