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25시-따뜻한 시장경제 실험] (5ㆍ끝) 은행원 출신들, 상담ㆍ컨설팅 '맹활약'…"가게 잘 되면 저희도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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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ㆍ끝) 현장을 누비는 미소금융 사람들
하루 5-6회 1대1 상담…1주일에 두 번 홍보활동도
私금융 오해도 받지만 '보람'…자격 안돼 돌아설 땐 안타까워
하루 5-6회 1대1 상담…1주일에 두 번 홍보활동도
私금융 오해도 받지만 '보람'…자격 안돼 돌아설 땐 안타까워
"예,저희가 찾아갈 게요. 정확히 위치가 어디죠."
지난 4일 '찾아가는 미소금융' 부스가 마련된 서울 금천구 시흥동 대명시장 상인회 사무실.전화기가 울리자 고종남 전문위원(61)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안내자료를 챙긴 그가 대학생 봉사단원과 함께 향한 곳은 시장 한 켠의 그릇가게.허리디스크를 앓아 사무실까지 찾아오기 어려운 가게 주인이 방문 상담을 원하자 직접 '출동'했다.
돌아오는 길엔 '미소금융' 조끼를 알아본 한 용달차 사업자와 즉석 상담도 했다. 고 위원은 "상담을 원하는 사람 입장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며 "은행에 다닐 때보다 훨씬 일하는 보람이 크다"고 털어놨다.
◆은행원 출신들 맹활약
미소금융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전문위원들은 금융권 출신이 대부분이다. 대출 상담과 심사를 위해선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 위원도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외환은행을 다니다 퇴직한 뒤 신용회복위원회 전문상담위원을 마치고 지난해 9월 미소금융 관악지점에 합류했다.
인생 2막을 사는 이들의 하루는 현역 때보다 더 바쁘다. 오전 9시 출근해 저녁 6시까지 상담과 홍보활동이 이어진다. 고 위원은 "출근 후 1시간 동안은 전날 상담한 분들에 대한 대출 지원 여부를 가리기 위해 위원 네 명이 모여 회의를 한다"며 "오후 시간을 이용해선 1주일에 두 번 정도 홍보활동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하루 전화 상담은 7~8건,방문 상담은 5~6건이 이뤄진다. 미소금융 노원지점의 간기영 상담위원(49)은 "바로 오는 분들보다는 전화를 먼저 하는 이들이 많다"며 "헛걸음을 안 하도록 전화 상담 때 대출 자격 등을 충분히 알려준다"고 했다.
미소금융은 오는 10월까지 4개월 동안은 전국 각지 전통시장에서 '찾아가는 미소금융'활동을 한다. 따로 짬을 내 지점을 찾기 어려운 상인들을 위해서다. 간 위원은 "지난 1일 동두천 시장을 찾았을 땐 열 분 넘게 상인회 사무실을 찾았다"며 "지원대상이 되는 분이 둘 있었는데 서류가 준비되면 직접 받으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소금융에 희망을 싣고
SK미소금융재단 송파지점의 최경식 전문위원(67)은 지난해 만난 '라보 할아버지'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부인을 먼저 떠나보내고 용달차로 생계를 이어가는 신청자였다. 미소금융의 도움으로 790만원에 1t트럭을 새로 구입한 그가 "덕분에 추석대목 잘 봤다"고 전화했을 땐 그만한 보람이 없었다. 최 위원은 "지점 앞을 지나가다 고맙다며 음료수를 갖다주는 분들도 많다"며 "800만~1000만원은 소형 용달차를 하는 분들에겐 인생이 달라지는 소중한 돈"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자금을 대출 받은 사람들에겐 더 신경을 쏟는다. 이상영 미소금융 동작지점 상담팀장(64)은 "대출실적이 있는 자영업자들과 달리 가게를 새로 여는 분들이 장사가 얼마나 잘될지에 대해선 우리도 불안하다"며 "지난달엔 창업자금 대출이 이뤄진 다음날 저녁 순대국집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례도 많아
지원이 꼭 필요한 신청자 가운데 몇몇 기준에 걸려 돌아서는 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 대출 대상을 7등급 이하로 정해놓은 신용등급 기준은 대부분 위원들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팀장은 "제도권 금융 거래가 아예 없어 되레 신용등급이 좋은 신청자들이 적지 않다"며 "신용등급이 좋아 미소금융을 쓸 수 없고 담보나 보증인이 없어 일반 금융회사에서 대출 받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올초 안경점을 옮기려고 임차보증금을 5000만원 신청한 분이 있었는데 등급 기준에 막혔다"며 "다른 곳에 가면 11~13% 금리를 줘도 1000~2000만원밖에 빌리지 못하지만 미소금융에선 지원이 불가능했다"고 소개했다.
최경식 위원은 "한 번은 30대 초반의 여성 용달기사가 자금을 신청했는데 고금리 대출이 있어 부적격이었다"며 "사유를 설명하자 '미소금융에도 안되니…'라며 힘없이 전화를 끊는데 당장 뛰어가서 내 돈이라도 쥐어주고 싶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사금융이란 오해는 아직도
종종 '사금융'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윤재경 미소금융중앙재단 과장은 "미소금융도 문자로 오는 △△금융과 같은 대부업체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간기영 위원은 "지금도 몇 곳이 하는 것처럼 구청 등 관공서 빈공간에 미소금융지점을 열면 이 같은 인식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사금융처럼 일반 상가에 사무실이 있는 데다 집기도 낡아 신청자들이 오해하는 때가 있다"고 전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