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괴로워요. 죽고 싶어요. 더 이상 구타와 왕따,기수 열외(후임병들이 선임 취급도,선임병들이 후임 취급도 해주지 않는 것)가 없어져야 해요. "

인천 강화군 해병대 2사단에서 총을 쏴 동료 군인 4명을 죽이고 2명을 다치게 한 김민찬 상병(19)이 군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기수열외'가 이번 사건의 요인 중 하나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들은 "김 상병이 '사고'를 칠 징후가 감지돼 왔다"고 입을 모은다. 김 상병은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불안,성격장애 등이 확인돼 지난해 9월7일 소속 부대 전입 후 특별 관리대상으로 분류됐다. 사고를 낸 당일에도 김 상병은 같은 부대 정준혁 이병에게 "○○○일병을 죽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소속 부대는 안이하게 대처했다. 지난 4일 오전 10시부터 10시20분까지 20분 동안 총기 보관함은 열려 있었다. 탄약과 수류탄을 보관하는 간이 탄약고도 마찬가지였다.

담당자는 총기 보관함을 그대로 열어놓은 채 담배를 피우기 위해 상황실을 비웠다. 김 상병이 K-2 소총과 탄약 75발,수류탄 한 발을 쉽게 훔칠 수 있었던 이유다.

해병대는 사건이 발생한 11시50분까지 1시간50분 동안 이 사실을 몰랐다. 더욱이 김 상병이 총을 쏘기 전 부대에 반입이 금지된 소주를 두 병가량 마셨지만 이 역시 눈치채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소속 부대가 김 상병과 총기 보관에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도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6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경기 연천군 최전방 GP내무반에서 김모 일병(당시 22세)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소총 44발을 발사해 8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허술한 총기 관리가 빚은 참사였다.

총기는 평소 총기 보관함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다가 지휘관의 승인을 얻어 꺼내야 했지만,잠금장치가 따로 없었다. 군은 그때도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똑같은 사고는 되풀이됐다. 총기 사고는 2008년에도 일어나 병사 5명이 다쳤다. 반복되는 부대 내 구타와 왕따,이어지는 총기 사고를 바라보는 국민은 가슴이 답답할 따름이다.

김우섭 정치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