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기름값 한시 인하가 6일 자정으로 끝난다. ℓ당 100원씩 일률적으로 인하됐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시 원상태로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조금이라도 인상폭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에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리도록 요청하면서 기획재정부와는 수입관세도 낮추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이렇게 해서 기름값이 ℓ당 2000원을 넘지 않도록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이 아무리 휘발유값을 천천히 올려도 세계 가격과 연동해 국내 공급가격을 정하는 이상 감내할 수 있는 가격통제의 폭과 시간은 당연히 한계가 있다. 관세율을 현행 3%에서 제로(0)로 낮추더라도 휘발유값을 ℓ당 21원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는 하루 등락폭도 안된다. 더욱이 유류세 인하는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웃돌지 않는 한 시행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이렇게 보면 서울의 경우 현재 ℓ당 1994원인 평균 휘발유값은 곧 2000원을 훌쩍 뛰어넘을 게 틀림없다. 기름값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실현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고유가시대에 기름값을 규제하는 것이 미덕이 될 수는 없다. 소비 절감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과소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에너지과소비 국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GDP 1000달러를 올리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 원단위는 한국이 0.30toe(석유환산톤 · 2008년 기준)로 일본(0.10)의 3배, 미국(0.19)의 1.5배나 된다. OECD 평균치(0.18)보다도 높다. 같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훨씬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원단위는 2008년 이후 다시 증가 추세다. 요금이 싼 전력사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에너지 쇼크가 닥칠 경우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티는 끝났다. 그리고 폭염이 다가올 것이다. 기름값 통제가 능사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