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稅) 부담을 줄인다,생활 속의 건전한 오락이다,성공적인 공익사업자금 조성으로 사회 발전에 공헌한다,불법 · 사행적 노름과 도박을 대체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홈페이지에 실린 복권의 사회적 기능이다. 사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복권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다.

복권의 역사는 길다. 중국과 로마에선 기원 전에 생겼고,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선 6세기 초 번호 추첨식인 '로토(Lotto)'가 나타났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각지에서 발행됐고,미국에선 19세기에 잠시 금지됐다 대공황 때 부활됐다. 발행 이유는 주로 공공사업자금 조달이다.

국내에선 1947년 런던올림픽 참가비 마련을 위해 발행된 올림픽후원권을 효시로 친다. 1969년 9월에 나온'주택복권'은 첫 정기복권으로 2006년 4월까지 판매됐다. 복권 규모는 1990년 즉석식복권에 이어 2002년 '로또'가 등장하면서 폭증했다. 2002년 185억원이던 온라인 복권 판매액은 다음해 곧장 조 단위로 올라 2009년말 총 17조6568억원에 이르렀다.

복권위원회의 2010년 말 조사 결과 1년 동안 복권을 구입한 적이 있는 사람은 58.0%(스포츠토토 제외).연평균 구입 횟수는 9.0회지만 구입경험자 기준으론 15.6회에 이른다. 1~5회가 45.0%로 가장 많지만 31회 이상도 18%가 넘었다. 사는 사람들이 계속 산다는 얘기다.

로또는 당첨금에 제한이 없다. 정부가 앞장서 내건'인생 역전'이란 구호 때문이었을까,한동안 광풍이 따로 없었다.

로또 붐에 따른 한탕주의 논란을 잠재우고 당첨에 따른 부작용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연금복권 520'의 인기가 드높다는 소식이다. 연금복권은 1등 당첨금(12억원)을 월 500만원씩 20년 동안 나눠 주는 것.세금도 22%로 적고(3억원 이상 33%),당첨 확률 또한 315만분의 1로 로또(814만분의 1)보다 높다.

그래서인지 첫 추첨(6일 오후 7시40분)을 앞두고 1회차 630만장이 일찌감치 매진됐다는 것이다. 복권은 순기능에 상관없이 대개 요행을 바라는,가난한 이들의 주머니를 턴다. 세금보다 정부 귀속비율도 낮다. 관리비용이 큰 탓이다. 주택복권의 경우 1969~73년 판매분 978억200만원 중 국민주택기금으로 들어간 건 41.3%였다고 돼 있다.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도 물론이다. 연금식이란 포장에 혹해 '혹시나' 하는 이들은 잘 생각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