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 비로소 사랑을 말할 수 있는 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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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곡 '애별' 주연 김인희 단장ㆍ김정숙 대표
"나이 50이 되면 사랑의 'ㅅ'자도 못 쓸 줄 알았어요. 남 부끄러워서.그런데 이제 진짜 사랑을 이야기해도 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아,저 여자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도 저 여자처럼 이별할 수 있을까. "
쉰 살을 눈앞에 둔 발레단장과 쉰 살을 갓 넘긴 극단 대표가 만나 여자의 사랑과 그리움,이별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창단 16년째인 서울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48)과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52)다. 서울발레시어터와 극단 모시는사람들은 과천시민회관 상주예술단체로 10년째 한 지붕 아래 둥지를 틀고 있다.
프랑스 작가 장 콕토가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를 위해 썼다는 '목소리'를 원작으로 댄스드라마 '애별'을 탄생시킨 베테랑 여성 예술가 둘을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연습실에서 만났다.
"무대에서 단장 김인희로 보이면 실패한거죠.다시 발레리나 김인희로 보여야 해요. 대사 외우는 게 겁이 났어요. 동작은 한번 보면 바로 몸에 새겨지는데,글자는 오래 걸리거든요. 불안하고 초조했죠.별별 방법을 다 썼어요. 수첩에도 적고,휴대폰에도 저장해 지하철 안에서 보고,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반복해 듣고 다니고요. "
김인희 단장이 무대에 오르는 건 6년 만이다. 서울발레시어터 창단 10주년 기념으로 상임안무가이자 배우자인 제임스 전이 그녀를 위해 만든 15분짜리 '작은 기다림'이 마지막 무대였으니 16년 만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김 단장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60분 동안 대사와 춤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무대여서다. 두 명의 등장인물이 있지만 대부분 혼자 이끌어가는 모노 형식에 가깝다. 짧았던 머리도 기르고,다이어트도 강도 높게 했다.
연출을 맡은 김정숙 대표는 "발레리나였기에 절반 정도는 녹음으로 가야하지 않나 싶었는데,연습을 거듭할수록 '웬 발레리나가 이렇게 대사를 잘 해'하고 놀라 100% 라이브로 가기로 했다"며 "1초도 아껴쓰는 똑순이"라고 말했다.
첫 장면은 첼로 조곡으로 시작된다. 로맨틱한 커튼과 침대,장미꽃 한다발이 어우러진 여자의 방이 배경이다. 낡은 전화기를 붙잡고 멀리서 들려오는 애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랑과 질투,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에 몸서리친다. 극 중간에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후회하지 않아' 등 세 곡이 흘러나오며 부피감을 더한다. '애별'의 원작 '목소리'는 에디트 피아프에 의해 초연된 이후 오페라 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김 단장은 "여자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워서 처음엔 '저 못하겠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면서도 "사랑이 늘 아름답고 화려한 줄 알았는데 슬픈 이별 안에도 이렇게 커다란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달아가며 많이 성숙했다"고 했다.
극은 비극적 결말 대신 열린 결말을 택한다. 사랑에 상처받고 쓰러져가는 영혼을 다루지만 또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속의 여백을 암시한다. "토슈즈를 벗어야 하는 순간이 발레리나에게 꼭 한번은 오잖아요. '고별 무대' 때 이 작품이 하나의 레퍼토리가 돼줬으면 해요. 이별이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는 다리 같은 작품이면 좋겠어요. "공연은 23~24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02)509-7700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쉰 살을 눈앞에 둔 발레단장과 쉰 살을 갓 넘긴 극단 대표가 만나 여자의 사랑과 그리움,이별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창단 16년째인 서울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48)과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52)다. 서울발레시어터와 극단 모시는사람들은 과천시민회관 상주예술단체로 10년째 한 지붕 아래 둥지를 틀고 있다.
프랑스 작가 장 콕토가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를 위해 썼다는 '목소리'를 원작으로 댄스드라마 '애별'을 탄생시킨 베테랑 여성 예술가 둘을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연습실에서 만났다.
"무대에서 단장 김인희로 보이면 실패한거죠.다시 발레리나 김인희로 보여야 해요. 대사 외우는 게 겁이 났어요. 동작은 한번 보면 바로 몸에 새겨지는데,글자는 오래 걸리거든요. 불안하고 초조했죠.별별 방법을 다 썼어요. 수첩에도 적고,휴대폰에도 저장해 지하철 안에서 보고,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반복해 듣고 다니고요. "
김인희 단장이 무대에 오르는 건 6년 만이다. 서울발레시어터 창단 10주년 기념으로 상임안무가이자 배우자인 제임스 전이 그녀를 위해 만든 15분짜리 '작은 기다림'이 마지막 무대였으니 16년 만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김 단장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60분 동안 대사와 춤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무대여서다. 두 명의 등장인물이 있지만 대부분 혼자 이끌어가는 모노 형식에 가깝다. 짧았던 머리도 기르고,다이어트도 강도 높게 했다.
연출을 맡은 김정숙 대표는 "발레리나였기에 절반 정도는 녹음으로 가야하지 않나 싶었는데,연습을 거듭할수록 '웬 발레리나가 이렇게 대사를 잘 해'하고 놀라 100% 라이브로 가기로 했다"며 "1초도 아껴쓰는 똑순이"라고 말했다.
첫 장면은 첼로 조곡으로 시작된다. 로맨틱한 커튼과 침대,장미꽃 한다발이 어우러진 여자의 방이 배경이다. 낡은 전화기를 붙잡고 멀리서 들려오는 애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랑과 질투,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에 몸서리친다. 극 중간에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후회하지 않아' 등 세 곡이 흘러나오며 부피감을 더한다. '애별'의 원작 '목소리'는 에디트 피아프에 의해 초연된 이후 오페라 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김 단장은 "여자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워서 처음엔 '저 못하겠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면서도 "사랑이 늘 아름답고 화려한 줄 알았는데 슬픈 이별 안에도 이렇게 커다란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달아가며 많이 성숙했다"고 했다.
극은 비극적 결말 대신 열린 결말을 택한다. 사랑에 상처받고 쓰러져가는 영혼을 다루지만 또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속의 여백을 암시한다. "토슈즈를 벗어야 하는 순간이 발레리나에게 꼭 한번은 오잖아요. '고별 무대' 때 이 작품이 하나의 레퍼토리가 돼줬으면 해요. 이별이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는 다리 같은 작품이면 좋겠어요. "공연은 23~24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02)509-7700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