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한 글자 정도만 다른 비슷한 단어가 많다. 모양새가 비슷할 뿐 아니라 그 의미도 묘하게 헷갈리는 단어들이 있다. '발견'과 '발명'이 그런 예다. 두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발견'이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던 것을 새롭게 찾아내는 것이고,'발명'은 아예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뜻한다. 예를 들어 콜럼버스가 알려지지 않았던 대륙인 아메리카를 찾아낸 것은 '발견'이고,에디슨이 새로운 물건인 전구를 만든 것은 '발명'이다.

앞에 '무엇'이라는 목적어에 따라 '발견'이나 '발명' 중 어떤 것을 붙여야 하는지 구별된다. 둘 중 어떤 말을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이 되기도 하고,아예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목적어를 '아이디어'로 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디어는 '발견'하는 것일까,'발명'하는 것일까.

아이디어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라 '발명'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고 흔히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아이디어는 '발견'하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것에서 관점을 약간만 다르게 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에서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발명이 탄생한다.

속옷에서도 이런 아이디어의 발견이 있었다.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속옷인 브래지어도 처음에는 이런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20년대 미국의 사교계 여성인 메리 제이컵은 파티에 참석하기 전 손수건 두 장을 이어 등 뒤로 묶고 그 위에 드레스를 입었다. 속옷인 코르셋의 자수가 예쁘게 장미꽃으로 장식한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결국 특허를 따냈다. 가슴을 가릴 수 있는 두 장의 손수건에서 브래지어는 탄생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상품기획부서나 디자인부서에서는 시장 조사를 위해 해외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동종업계인 속옷 분야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그럴 때마다 나는 속옷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를 살펴보고 올 것을 주문한다. 가령 건물의 구조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데,그중에서도 화장실의 구조를 유심히 보곤 한다. 화장실은 건물 내에서 누구나 갈 수 있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장소다. 그러면서도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어지는데,요즘 화장실에는 인테리어도 독창적이고 그러면서도 기능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아,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신기술이 나오고 있지만,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늘 샘솟아야 할 아이디어에 이런 어려운 과제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되 전에 갖지 않았던 새로운 시선과 각도에서 바라보고,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에서 영감을 얻는 것,그것이 바로 아이디어의 '발견'이다.

김진형 < 남영비비안 사장 kjh@vivi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