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칭다오와 황다오를 잇는 자오저우(膠州)만 대교.바다 위에 놓인 다리로는 '세계 최장'이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밑에 두고 길게 뻗은 콘크리트 다리의 길이가 41.58㎞나 된다.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개통된 이 다리가 심각한 안전문제를 드러냈다고 5일 CCTV가 보도했다. 각종 이음새가 손으로 돌려도 움직일 만큼 느슨하게 연결됐고,어떤 곳은 아예 볼트 등이 빠져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창당 기념일에 세계적인 자랑거리를 공개하기 위해 공사를 서두른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전날 개통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라는 타이틀에 집착해 안전문제를 등한히 했다가 내부 고발로 곤욕을 치렀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는 시험운행에서는 시속 400㎞ 이상의 속도를 냈지만,정상 운항의 경우엔 시속 300㎞가 적정 속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을 공급한 독일과 일본업체들은 속도를 300㎞ 이상 냈다가 안전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국 측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철도부가 이 열차의 평균 시속을 350㎞로 운행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중국 철도부의 한 관리는 지도부가 업적을 만들어내려는 과욕에 사로잡혀 있다고 폭로,평균 운행속도는 300㎞로 조정됐다.

자오저우대교나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업적을 만들어내고 선전하는 데 급급한 공산당의 모습이다. 창당 90주년에 걸맞은 대형 이벤트를 기획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끔찍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깡그리 무시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 것 같다.

자오스린(趙仕林) 중국 중앙민족대 교수는 지난달 말 공산당 지도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맞아 벌어지고 있는 '찬양 캠페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의 성공이나 업적을 '골라서' 선전하고 당이 저지른 '끔찍한 과오들'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빈부 격차 등을 묻어두고 업적을 만들어 자화자찬하는 게 볼썽사납다는 그의 비판은 날카롭다. 글로벌 리더로 떠오른 중국의 작품이 고작 이음새가 빠진 세계 최장의 다리라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