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보유 중인 특허 1000여건을 협력업체에 무상으로 양도한다. 또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과 함께 협력사의 해외 진출을 돕기로 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국내 IT(정보기술) · 벤처 업계 임직원 등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반성장을 통한 미래도약'이라는 주제의 제11회 IT CEO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동반성장 추진 방향을 6일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이 대규모 특허를 중소 협력사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올 4월 삼성전자에 이어 KT가 두 번째다.

◆B급 이상 특허 제공

KT가 이날 발표한 방안은 △협력사에 특허 무상양도 및 제품 개발 지원 △중도금 지급 제도 신설 △에릭슨과 1차 협력사의 해외 진출 협력 등이다.

KT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특허는 1만1000여건.우선 거래 실적이 있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약 1000건의 보유특허를 무상양도해 특허를 활용한 서비스 및 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무상양도 대상 특허는 KT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KT가 내놓는 특허의 절반은 네트워크 분야고 나머지는 데이터 처리,정보 보호,단말기 관련 특허다. 이 중 대부분이 A급,B급 특허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KT는 과거에도 휴대폰 자판입력방식인 '나랏글'을 무상 임대한 적이 있다. 현재 이 특허는 중소 인터넷전화업체,IPTV 리모컨 제작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상호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동반성장의 기회를 모색하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중도금 지급도 확대

KT는 2009년 7월 동반성장 정책을 발표한 뒤 해마다 7월에 관련 정책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소기업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도록 하고,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3불(不) 정책'을 선언한 바 있다.

KT는 이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해본 결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려면 중도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도금 지급 원칙이 필수적"이라며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전체 계약금의 최대 30%까지 중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내달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스웨덴의 유무선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이 참가,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182개국에 영업망을 가진 에릭슨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중소 통신장비 업체들이 외국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션 고란 에릭슨 중국 · 동북아 지역본부 부사장은 "KT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의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며 "올 3분기 중 최소 2개 업체를 선발해 해외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