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사망설…'차기 1인자' 시진핑 입지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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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차기권력 '시계제로'…후진타오 계열 부상 전망
내년 10월 지도부 재편…상하이방ㆍ공청단 '기싸움'
내년 10월 지도부 재편…상하이방ㆍ공청단 '기싸움'
중국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리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85)의 사망설이 확산되고 있다.
6일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매체인 보쉰은 "장 전 주석이 상하이의 한 병원에서 이날 0시에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은 지난 1일 열린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식에 불참,사망설과 와병설이 급속하게 돌았었다.
중국 권부의 최대 계파인 상하이방과 태자당(太子黨 · 고위간부 자녀)을 이끌어온 장 전 주석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내년 가을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구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장 계열로 분류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국가주석 등극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갑자기 사라진 장쩌민
장 전 주석은 2002년 공산당 총서기,2003년 국가주석에서 물러난 후에도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2007년 공산당대회 때 후진타오 주석 바로 뒤를 이어 대회장 연단에 올라 후 주석과 권력을 분점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2009년 건국 60주년 행사 때는 CCTV가 그의 얼굴을 가장 오랜 시간 비춰줌으로써 살아있는 권력으로서의 그의 파워가 증명됐다.
그러나 지난 1일 열린 공산당 창당 90주년 행사에 장 전 주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풍문으로만 돌던 그의 와병설이 진짜라는 얘기가 인터넷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매체인 보쉰은 지난 3일 베이징의 군 병원인 301병원에 군인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또 5일엔 장 전 주석이 심장질환으로 위급한 상태이며 마음의 고향인 상하이로 옮겨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어느 곳에서도 이 같은 소문을 확인해 보도하지 않고 있다.
◆힘 받는 리커창 부총리
"내년 권력 교체를 앞둔 시점에서 장 전 주석이 사망했거나 혹은 거동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질병이 발생했다면 중국의 권력구도는 시계제로에 빠져들 수 있다. " 장 전 주석의 사망설과 관련,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보쉰은 사망 보도 이후 내보낸 새 기사에서 "베이징의 한 유명 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이 소식을 부인하면서 장 전 주석의 건강이 좋다고 말했다"고 전해 사망설이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베이징 소식통들은 "장 전 주석이 와병 중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며 "거동하기 힘들 만큼 건강이 나빠졌다면 중국의 권력구도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상하이에서 경력을 쌓은 권력가들을 지칭하는 상하이방(上海幇)과 당 원로 및 고위 간부 자제들의 집단인 태자당의 구심점인 장 전 주석이 유고 상태에 빠진다면 내년 10월로 예정된 정치국 상무위원(9명) 선출을 통한 권력 이양의 그림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차기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입지가 지금보다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 주석 계열인 공산주의청년단파(團派 · 퇀파이)의 선두 주자인 리커창 부총리가 다시 시진핑과 1인자 자리를 놓고 다툴지 주목된다. 후 주석의 측근인 왕양 광둥성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목소리 높아질 중국 좌파
장 전 주석은 중국의 성장우선주의를 주도한 지도자다.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면서까지 기업을 지원했고,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반면 후 주석은 조화사회를 내세우며 빈부격차 해소와 노동자 권익 향상에 더 무게를 뒀다. 장 전 주석이 사망했거나 유고 상태에 빠진다면 상하이방이 주도하던 성장우선주의자들은 지지세력을 잃게 된다. 대신 후 주석을 중심으로 한 분배론자들이 득세하며 좌파적 정책이 기세를 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